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10월 중순 찬이슬을 맞은 단풍이 더 곱게 물드는 시기다. 주말 단풍 명소는 인산인해, 사람 구경에 오가는 품이 적잖이 드는 때다. 일상의 번잡함도 피하고 홀가분한 여정을 꾸릴 만한 곳은 없을까? 만추의 여행지로 충남 강경(논산)을 추천한다. 푸른 금강이 서해로 향하는 길목, 옛 포구의 명성을 간직한 강경은 느릿한 시간여행이 매력 있다. 한때는 원산항과 함께 조선 2대 포구로 불리던 강경에는 남일당 한약방, 한일은행 강경지점 건물 등 근대건축물이 곳곳에 남아 있어 지난했던 역사도 더듬을 수 있다.
강경=글·사진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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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강경은 과거 교통의 요지였다. 포구의 뱃길을 이용해 서해 주요 포구를 잇는 한편, 충청-전라 내륙으로까지 물자를 공급하는 유통의 중심지였다. 특히 강경은 조선시대 원산과 함께 2대 포구이자 조선말 평양장, 대구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시장으로 번성했다. 강경 젓갈이 지금껏 유명세를 얻고 있는 것 또한 당시 상황에서 유래한다. 새우, 멸치, 황석어 등 많은 수산물을 한꺼번에 유통할 수가 없어 자연스레 소금에 절여 저장했던 것. 강경은 일제 때에는 농산물 수탈의 기항으로도 활용되며 번창했다. 하지만 호남선 철도개설, 한국전쟁, 금강 하굿둑 등 변화의 요인이 연달아 발생하며 이젠 1만 여명이 조금 넘는 작은 소도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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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을 빼고는 강경을 얘기할 수가 없다. 포구의 번성은 내륙 깊숙이 파고들 수 있는 금강의 수운 덕분이었다. 지금도 강경에는 유려한 금강 물줄기가 옛 영화를 뒤로 한 채 유유히 흐른다. 해발 43m 야트막한 옥녀봉에 오르면 옛 포구와 논산평야 강경읍 일원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다.
봉수대 주변 옥녀봉 정자가 조망 포인트다. 금강 둔치를 따라 길게 이어진 만추의 갈대밭이 인상적이다. 작가 박범신이 문학적 감수성을 키웠던 추억의 장소이자 풍광이다. 해질녘 옥녀봉에서 바라보는 금강의 노을도 압권이다.
옥녀봉 오가는 길목에서는 다양한 사연이 깃든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다. 사계 김장생 선생의 체취가 담긴 임리정과 죽림서원, 박범신의 소설 '소금집'에서 주인공이 머물던 집, 한국 침례교회의 발상지인 강경침례교회, 한옥 교회 등이 있다. 또한 일제의 잔재 신사터도 확인할 수가 있다. 계단과 계단석, 재활용한 삼나무 기둥, 팽나무 등의 흔적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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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은 과거 번성했던 포구답게 근대문화 자원도 많다. 비록 유쾌한 기억은 아니지만 일제의 잔재인 적산가옥(적의 재산)이 그 모습을 유지한 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강경을 품고 있는 논산시에는 7건의 등록문화재 건물이 있다. 이들 중 6건이 강경에 자리하고 있다. 옛 남일당한약방 건물, 한일은행 강경지점 건물, 강경노동조합 건물, 강경북옥감리교회건물, 강경공립상업학교 관사(현 강상고등학교), 강경공립보통학교 강당(현 강경중앙초등학교) 등으로 모두 일제 때의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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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역사문화연구원 김무길 연구부장(74)은 "강경은 과거 번성했던 만큼 근대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다"며 "역사의 교훈을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인 만큼 잘 보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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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은 박지원의 '허생전'에도 등장 했을 만큼 명성이 높은 곳이었다. 주인공 허 생원이 돈을 벌기 위해 강경장에서 소금을 팔았다. 1870년 무렵 강경은 조선 2대 포구, 조선 3대 시장으로 900여 점포가 성업을 하고 상주인구 3만 명에 유동인구가 10만 명 이르는 큰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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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읍내는 커다란 젓갈 시장에 다름없다, 발길 닿는 곳마다 대형 젓갈 상점이 포진하고 있다. 젓갈 가게만도 150여 곳에 이른다. 강경 젓갈시장은 예로부터 부안곰소, 보령 광천과 더불어 국내 3대 젓갈시장으로 불려 왔다. 젓갈의 집산지로 지금도 국내 젓갈의 40% 이상이 거래되는 최대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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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 길=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 고속도로 연무IC~강경읍
그밖의 볼거리
논산은 기호학파의 본산이기도 하다. 논산시 노성면에는 윤증 선생이 살던 명재고택이 있고, 연산면에는 사계 김장생 선생의 돈암서원이 있다. 돈암서원은 현재 유네스코 잠정등재목록에 들어 있어 2016년 정식 등재를 앞두고 있다,
탑정호는 늦가을부터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올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뭘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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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강경 젓갈발효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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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시 문화예술과 김용희 과장은 "올해는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축제로의 자리매김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무대공연 위주의 프로그램을 탈피하고 젓갈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행사 확대로 관광객이 행사의 주체가 되고, 농특산물 판매확대로 내실 있는 산업형 축제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마솥 젓갈밥 체험 등 다양한 젓갈을 맛 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대폭 늘렸다. 특히 젓갈과 배추 등 각종 김치재료를 그 자리에서 구입한 뒤 김치를 담가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젓갈이 낯선 외국인에게도 젓갈을 알리기 위해 외국인 김치 담그기, 다문화가족 맛깔젓김치 요리경연대회 등도 마련했다. 또한 만선제 및 강경포구 재현 등을 통해서는 젓갈로 유명한 강경의 역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으며, 젓갈뷔페도 마련해 맛난 젓갈을 현장에서 맛볼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젓갈의 맛을 느끼는 젓갈 백반 시식도 빼놓을 수 없다. 컵밥을 들고 행사장을 곳곳을 돌며 다양한 젓갈을 맛볼 수가 있다. 특히 축제장에서는 젓갈을 시중가보다 20% 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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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관계자들은 강경젓갈축제가 '대한민국 김장을 책임진다'는 막중한 사명감으로 이번 축제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훈 축제추진위원장은 "강경젓갈발효축제는 해마다 김장철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대한민국 가정의 '맛난 김장 담그기'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서 "각 가정의 맛있는 김장을 위해 올해도 최고급 젓갈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축제 기간 강경을 찾으셔서 맛나고 질 좋은 젓갈을 구입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논산시는 금강에 포구주막과 옛포구장터 등 재래시장거리를 조성해 내방객들이 젓갈과 함께 익어가는 논산의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