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금리 담합' 놓고 공정위·은행 충돌…소비자단체 소송 준비

기사입력 2016-02-17 09:05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시중 은행들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시중 은행들이 CD금리를 담합한 혐의가 있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에 6개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CD금리 수준을 결정했을뿐"이라며 담합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소비자단체는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CD금리 담합' 논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CD금리 담합 의혹에 은행권 "없었다" 반발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9개 시중은행에 CD금리를 담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7월부터 시중은행의 CD금리 담합 의혹을 직권 조사해왔다.

앞서 공정위는 2012년 상반기 국공채 등 주요 지표 금리가 하락했음에도 CD 금리만 일정 기간 내리지 않고 유지된 점을 들어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CD금리가 높게 유지되면서 은행들은 이익을 봤지만, 소비자들은 높은 대출 금리를 물며 상대적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CD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를 결정해왔다. CD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가 유통시장에서 거래될 때 적용되는 금리로 은행이 단기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무기명 정기예금증서다. 기초금리인 CD 금리가 높게 유지될수록 은행들은 그만큼의 대출이자를 더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르면 공정위는 내달 7일까지 은행들로부터 의견서를 받아 4월 전원회의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와 과징금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과징금은 은행들이 CD 금리 담합으로 얻은 부당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부과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수 천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시중 은행들은 CD 금리를 담합한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금리 수준을 결정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은 CD금리를 담합한 사실이 없다"면서 "아직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 중에 있고 확정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밝혔다. 또한 "CD금리 담합 관련 조사에 대해서는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면서 "만일 담합으로 결론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행정지도를 벗어난 수준의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소비자단체 거액 집단 소송 준비

공정위에서 금리 담합이 최종 판정될 경우 은행권은 거액의 소송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미 금융소비자단체는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금융소비자원은 시중은행의 CD금리 담합과 관련 "피해자들을 위해 대규모 소송단을 구성하는 등으로 금융소비자의 피해 구제와 배상을 위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금소원은 공정위가 은행들이 CD금리를 담합했다는 결과 통보에 대해 "당연한 결론"이라며 은행들의 후진적인 행태와 금융위와 금감원이라는 금융당국의 무능, 은행과 금융당국과의 공생관계를 적나라하게 밝혀 준 사례로서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소원은 2012년부터 CD금리 담합으로 1600명의 'CD금리 담합 공동소송'을 접수받아 소를 제기했지만 기각되기도 했다. 당시 2년 반동안(2010년 1월1일-2012냔 6월30일) 은행들이 CD금리 4조1000억원의 대출이자 수익을 더 거둬들였으며 이에 관련한 피해자만도 500만명이 될 것이라는 추정자료를 발표했다.

이번에 공정위가 담합 정황을 포착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소원은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남희 금소원 대표는 "은행들과 감독당국인 금융위는 이번 담합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즉각적으로 소비자 피해보상에 대한 대책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며 "만일 책임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국회와 시민사회단체들과 연합해 전 국민적인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종호·김소형 기자

※용어설명:양도성예금증서(CD)

양도성예금증서(Certificate of Deposit)를 뜻하는 CD는 은행이 양도 가능한 권리까지 부여해 발행하는 증서다. 일반적으로 은행이 채권처럼 자금조달을 위해 투신사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다. 예금보호 대상이 아니어서 개인들은 일반 정기예금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적용받아 가입한다.

만기는 30일 이상이다. 주로 91일(3개월물)이나 181일(6개월물) 금리가 단기금리의 기준금리로 활용됐다. 은행들은 상당 기간에 걸쳐 이런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가계대출 금리를 정해왔다. 기초금리인 CD 금리가 높게 유지될수록 은행들이 이자수익을 높게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CD 금리는 10개 증권사가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한 유통 금리에서 최상·최하위 값을 뺀 나머지 8개값을 평균해 산정한다. CD는 다른 정기예금증서와 달리 만기 전에 다른 투자자에게 팔 수 있다. CD 매매를 위해 은행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고 특별한 매매절차도 없다. 따라서 발행 주체인 은행은 중간 유통과정을 확인할 수도 없고, 최종 소지자에게 예금액을 지급할 뿐이다. 담당자들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리를 고려해 '이 정도가 적정하겠다'고 적어내는 방식으로 운영돼 담당 금융기관의 재량이나 암묵적 짬짜미가 생길 여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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