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의 '두 얼굴'…서비스 축소에 감원 뒤 초고배당?

기사입력 2016-02-24 09:07


최근 소비자·고객들의 혜택을 크게 줄이고 인력을 대폭 감원한 신한카드가 주주에게는 '초고배당'을 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지난 4일 9000억원을 배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무려 '130%'에 달한다.

그런데 신한카드는 지난해말부터 혜택이 큰 상품의 신규·갱신 발급을 중단하고 호텔 발렛 서비스를 축소하는 등 서비스의 질을 크게 떨어뜨려 소비자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배당이 고객에게 돌아갈 혜택을 더욱 축소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게다가 초고배당에 앞서 지난해 12월 직원 176명을 구조 조정한 신한카드의 '이중적인 태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신한카드 '초고배당 잔치'의 그늘

지난해 연간 당기 순이익 2조3722억원을 기록한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배당총액을 6310억원으로 정했다. 이는 2001년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 수준이다. 그런데 신한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카드가 9000억2694만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는 전년(5501억2094만원) 보다 63.6%(3499억600만원)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6948억원으로, 당기순익 보다도 약 30%(2052억원) 많은 규모가 배당으로 빠져나가게 된 것이다. 배당성향은 무려 129.53%를 기록, 지난해 86.60%에 이은 초고액 배당이다. 그간 카드사들이 배당성향이 높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배당성향이 100%를 넘어가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배당금 전액은 신한카드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고배당은 올해 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카드업계의 수익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이루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신한카드도 수익 악화에 대비해 인력과 상품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예컨대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 7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 176명을 감원했다. 이번 희망퇴직은 지난 2013년 이후 2년 만으로 신한카드는 지난 2008년 약 500명, 2010년 120명, 2013년 약 100명 규모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또한 제휴할인 혜택이 큰 카드들의 발급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달 'T스마트 빅플러스', 'SKT 세이브' 등 2종을 시작으로 '메가박스 신한 GS칼텍스', 동부화재와 제휴해 발급하던 4종의 카드를 더는 발급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카드는 이미 지난해 '더 에이스 스카이패스', '하이포인트 RPM' 등 총 24개 카드상품의 신규·갱신 발급을 중단한 바 있다. 또한 고액 연회비를 내는 프리미엄 카드의 일부 호텔 발렛 서비스 등을 축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주에게는 초고배당을 실시한 것. 이런 이유로 "수익 악화를 빌미로 인력과 소비자 혜택은 줄이면서 한편으로는 거액 배당을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신한카드 측은 "대부분 제휴사 사정으로 인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혜택 축소에 대한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실제 신한카드는 20%대를 유지하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10% 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 측은 "이번 배당은 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 인수시 발행한 상환우선주 상환기일이 4월 도래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의 카드업계…신한카드는 자신만만?

올해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인하와 인터넷 전문은행 및 핀테크(FinTech·금융 기술) 업체와의 경쟁 등도 카드업계의 존립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유효기간이 지나 소멸되는 신용카드 포인트를 기부하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어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우선 카드사들은 지난 1월 말부터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0.7%포인트 인하했다.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1.5%에서 0.8%로, 연매출 2억~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내리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카드사들은 수익감소분을 상쇄할 방안으로 약국, 편의점, 중대형마트 등 연매출 3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중형가맹점에 수수료율을 기존 2%에서 2.45% 가량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카드사가 자율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대형가맹점 수수료율까지 개입하면서 수수료 인상 계획은 무산됐다. 금융당국의 입장도 강경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주 8개 전업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조정 실태 현장점검에 나서 결과를 취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국내 카드업계의 연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67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카드사들은 직원들의 희망퇴직과 함께 임원을 줄이고 조직을 축소하는 등 전방위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밴(VAN) 수수료에 대해서도 신한카드 등 일부 카드사가 정액제(건수 계산)에서 정률제(비용 대비 계산)로 개편하는 등 절감에 나섰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전년 대비 배당 금액을 1000억원이나 줄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 신한카드의 수익도 연간 15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때 신한카드의 거액 배당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민단체나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특히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신한카드의 거액 배당이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번 신한카드의 배당은 금융지주사에서 과도하게 계열사의 이익 기반을 훼손한 것"이라며 "이는 계열사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김소형 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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