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창사 최대 위기 롯데…대대적 검찰 수사에 경영권 분쟁 재점화?

기사입력 2016-06-13 09:09


재계에 떠돌던 소문이 사실로 됐다. 롯데그룹이 검(檢)풍에 흔들리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오너일가를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선 소문으로만 떠돌던 롯데의 검찰 수사가 시작, 롯데 입장에선 사상 최대 악재를 만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 제2롯데월드 면세점 재승인 등 굵직한 주요사업 진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일가의 문제는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될 수 있어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자금 의혹 검찰, 롯데가(家) 정조준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는 지난 10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과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의 신 총괄회장 집무실, 주요 계열사 등 17곳에 검사와 수사관 20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정보통신, 롯데홈쇼핑, 롯데피에스넷, 대흥기획 등 계열사 6곳과 그룹 정책본부 사무실 등이 포함됐다. 압수된 물품만 1톤 화물차 7~8대 분량에 달했다. 그룹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수사다. 재계는 검찰이 짧은 시간 엄청난 많은 인력을 동원, 주요 자료를 순식간에 압수한 만큼 사전에 충분한 조사를 진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롯데그룹 압수수색은 비자금 조성 의혹이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최근 몇 년 사이 비자금 조성 의혹과 국부유출 의혹을 받아왔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감찰은 지난 4월 감사원으로부터 롯데의 '롯데홈쇼핑 인허가 연장 과정에서 비리가 있다'는 수사 의뢰를 받고 내사를 진행했다. 특히 감사원의 수사 의뢰와는 별개로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 '형제의 난'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양측의 투서가 빗발치면서 롯데의 주요 지분구조와 자금 흐름도 파악해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주요 임원들이 하청업체와의 거래 단가를 부풀려 되돌려 받는 수법 등으로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자금이 사주 일가로 흘러들어 갔는지 정밀조사에 나설 예정으로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는 이명박 정부 시절 제2롯데월드 인허가와 부산 롯데월드 부지 불법 용도 변경, 맥주사업 진출 등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불리기를 두고 특혜 의혹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에 대한 금품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도 있었다.

롯데의 'M&A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롯데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2004년 이후 2015년 5월까지 성공한 주요 M&A 건은 모두 35건이다. 이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2008년 2월~2013년 2월) 재임 기간에 성사된 M&A만 따져도 26건에 이른다. 9건은 롯데홈쇼핑의 중국 현지업체 '럭키파이(LuckyPai)' 인수 등 해외 M&A였고, 17건은 모두 국내 업체를 사들인 사례였다. 검찰은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창사 70년을 맞은 롯데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며 "검찰이 오너일가를 정조준하고 있고, 과거 정치권에서부터 시작된 특혜 의혹 등이 수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대응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이란 얘기다.


그런데 롯데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된 이후 잠잠했던 경영권 분쟁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6월말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총수 자리를 놓고 다시 표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미 지난달 동생 신동빈 롯데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해달라고 롯데홀딩스에 공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건 상장 여부는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거부할 명분과 이유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정식 안건으로 채택돼 주총 당일 표 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자금 수사로 타격을 입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거센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오너일가간 내홍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호텔롯데 상장·제2롯데월드 면세점 재승인 '난항'

검찰의 롯데 압수수색은 향후 굵직한 경영사안에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롯데는 이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며 호텔롯데의 6월 상장일정 계획을 7월로 미뤘다. 그러나 최근 검찰의 비자금 의혹 관련 압수수색으로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롯데 측은 "1월에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호텔롯데는 오는 7월까지 상장작업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현재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변경신고 등 절차 이행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사안이므로 향후 방안에 대해 주관사 및 감독기관과 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사태는 호텔롯데 상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게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재계는 검찰의 칼끝이 오너일가를 겨냥하고 있는 만큼 당초 예상 일정에 맞춰 호텔롯데 상장을 진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제2롯데월드 면세점 재승인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신 이사장의 비리 의혹은 면세점 특허 심사 기준 가운데 면세물품·매장 관리 역량, 기업이익 사회 환원·상생협력 노력 등에서 감점이나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 측은 이와 관련해 12일 '최근 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1967년 설립된 이래 경영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의 99%를 국내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어 일각의 국부유출 논란은 사실과 다르다"며 "당면한 수사에 성실히 임해 의혹이 조기에 해소되고 수사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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