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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제철 별미거리로는 양미리를 빼놓을 수 없다. 고급생선이 넘쳐나는 요즘이야 그다지 각광받지 못하는 어종이지만 양미리는 오랜 세월 서민의 밥상을 지켜 온 추억의 반찬이다. 겨울을 나기위해 김장을 하듯, 과거 싱싱한 생선을 구하기 힘든 산골 오지마을에서의 양미리 한 두름이란 든든한 월동준비에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런 양미리가 제철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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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리는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고성 아야진, 속초, 주문진, 삼척 등지가 주산지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들 동해안 포구는 양미리로 넘쳐난다. 그중 아야진과 속초는 11~12월, 아랫녘 삼척 일원은 12~1월이 성어기다.
헌데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해역의 양미리 작황이 신통치가 않다. 올해는 어획고가 더 줄었다. 속초 동명항의 경우 지난 12월 초 현재 146톤이 잡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199톤에 비해 25%가까이 줄어든 물량이다. 그나마 잡히는 것들도 무슨 미꾸라지처럼 자잘하다고 불평이다. 삼척 임원항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임원항 식당주인들은 "올 겨울에는 아직 양미리 꼴을 볼 수가 없다"고 한숨이다. 몇 년 전만해도 삼척 임원항에는 하루 수십 톤의 양미리가 잡혀 전국으로 실려 나갔다.
덩달아 가격도 올랐다. 60kg 한 상자에 9~10만 원 선으로 지난해 보다 오름세다. 동명항에서는 양미리 한 두름(20마리)에 5000원 선으로, 지난해 보다. 1000~2000원이 올랐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포구식당가의 단골 밑반찬이었던 양미리 조림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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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해의 매력은 '툭 트임'이다. 갑갑한 일상탈출을 기대한다면 차가움 속에 펼쳐지는 망망대해의 장쾌함을 찾아 떠나는 것도 연말 괜찮은 선택이다. 이즈음 속초 동명항 양미리부두를 찾으면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포장마차촌(난전 1~11호)에서 싱싱한 것들을 구워내는 유혹의 향기다. 귀하신 몸으로 변해가는 양미리구이를 맛보며 추억을 음미하는 것도 일상의 느릿한 쉼표가 된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