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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정모씨(43)는 지난달 늘어난 뱃살을 빼려고 운동을 결심했지만 무더운 날씨 탓에 포기했다. 하지만 늦장마 이후 낮 시간은 아직 덥지만 아침저녁으로는 견딜만하기에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입추가 지났지만 아직도 한낮 기온이 30℃를 웃돌며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더위가 길게 이어지며 몸과 마음이 탈진하기 쉬운 시기다. 여기에 비오는 날이 이어지며 습도가 높아지고 일교차가 심해짐에 따라 무력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을로 가는 문턱에서 날씨가 말썽을 부리며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다.
해답은 운동이다. 운동은 환절기 적응력을 키워주고 활력을 회복시켜 준다. 하지만 여름 더위에 지친 몸으로 무작정 운동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된다. 늦여름 환절기에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운동법을 알아본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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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 다습한 날씨에는 땀이 많이 나는 반면 증발은 빨리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발한 기능에 의한 체온조절이 잘 안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심장은 피부의 광범위한 부위에 혈액을 공급해 발한 기능을 촉진시키려 하고, 이에 따라 운동 시 체력소진이 더 빨리 온다. 따라서 한 가지 운동을 무리하게 오래 하기보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운동을 이것저것 짧게 하는 것이 낫다.
김경훈 대전 바로세움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요즘처럼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무리하지 않고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을 즐겁게,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고혈압과 당뇨, 심장질환, 관절염 등의 성인병이 있는 사람은 먼저 의사와 상담한 후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는 운동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운동 전 물 한잔, 이후 30분마다 수분 섭취
더울 때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물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 전에 마시는 물은 수분 공급 외에 몸의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운동으로 체온이 올라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땀 분비를 늘린다. 때문에 소비된 만큼의 수분을 미리 보충해야 한다. 문제는 운동을 하는 당사자는 땀을 많이 흘려서 체중의 3% 정도가 줄어들 때까지도 갈증을 못 느낀다는 점이다.
땀 배출로 3% 이상의 몸무게가 감소하면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운동 시작 전에 물 한잔을 마시고 운동 도중에는 목이 마르지 않아도 30분 정도마다 물 한잔씩을 규칙적으로 마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경훈 원장은 "운동할 때 땀으로 줄어드는 체중은 단순히 몸 안의 수분이 줄어든 것일 뿐 다이어트와는 관계가 없다"며 "더울 때 수분보충 없이 운동을 하면 몸이 과열되고 세포에 공급하는 에너지가 줄어들어 몸 전체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낮 운동 시엔 헐렁한 흰색 기능성 운동복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요즘 같은 시기에는 빛 반사율이 높은 흰색계통의 운동복을 입는 것이 좋다. 몸보다 큰 것으로 헐렁하게 입어야 피부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셔츠를 반바지 밖으로 내놓고 가끔씩 털어 주는 것이 좋다. 땀의 증발을 도와 쾌적한 피부 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기능성 의류를 입으면 더 좋다.
체중감량을 위해 땀복을 입는 경우가 있는데 통풍이 안되는 상황에서 땀은 많이 흘리고 증발이 되지 않으면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열쇼크 등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8월말 야외 운동은 햇빛이 가장 강한 오후 1시부터 4시까지는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장노년층은 체온이 급상승하면서 온열질환이 닥칠 위험이 있고, 강력한 자외선이 피부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야외운동을 할 때는 모자를 쓰거나 선크림을 꼭 바르도록 권장한다.
김경훈 대전 바로세움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늦여름 운동은 해가 지는 오후 6시 이후에 하는 것이 신체를 가장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절기는 낮은 덥지만 새벽은 쌀쌀하므로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새벽운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운동 전후 스트레칭은 필수
여름철 내내 저하된 체력을 감안하지 않고 강도 높은 운동을 갑자기 시작했다가 부상을 당하는 사람이 많다. 또, 큰 일교차로 인해 신체의 운동적응력이 하루 중에도 아침저녁과 낮 시간대에 달라지는데, 이 점도 부상을 부르는 요인이다.
여름 내내 운동을 하지 않다가 다시 시작하는 사람은 예전 자신의 최대 운동능력의 40~50% 범위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이 정도의 강도로 한 달 정도 적응기간을 거친 다음 본격적인 가을이 오면 운동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부상을 막고 장기적인 운동 효과도 높이는 비결이다.
아울러 스트레칭 등의 준비운동과 운동 후 정리운동을 해야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
준비운동은 근육과 힘줄 등을 서서히 늘려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 주는 스트레칭이 가장 좋다. 스트레칭을 할 때는 몸의 주요 관절을 충분히 풀어주도록 하되 몸을 늘이는 자세에서 움직이지 않고 10~15초 정도 유지하면 효과가 높다.
준비운동은 해도 정리운동은 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정리운동도 빠뜨리면 안 된다. 정리운동을 해야 메인 운동을 하는 동안에 변화된 체내 혈액 분포, 맥박 수, 혈압 등이 보통 때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정리운동은 가벼운 달리기나 큰 보폭으로 걷기, 스트레칭을 섞어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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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고온다습한 늦여름에 운동을 시작하면 저혈압에 신경써야 한다. 기온과 습도, 불쾌지수 등 모든 것이 높은 날씨 속에 떨어질 수 있는 한 가지가 바로 '혈압'이다. 높은 기온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더울 때 땀을 흘려서 혈액량이 감소하면 저혈압이 닥친다.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90mmHg 미만이면 저혈압이다.
체질적으로 혈압이 낮은 본태성 저혈압은 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되지만, 여성이나 장노년층이 운동을 심하게 하다가 저혈압으로 어지럼증이나 이명 등을 느끼면 균형을 잃고 낙상을 당하기 십상이다.
편욱범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저혈압 증상이 일시적인 경우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최근 어지럼증으로 쓰러진 적이 있거나 호흡곤란, 가슴의 통증, 가슴 두근거림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라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현기증을 느끼는 기립성 저혈압은 다리 근육이 부족한 노년층이나 여성에게 더 자주 발생한다. 다리 근육은 일어설 때 다리에 몰려있던 혈액을 위로 올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노년층이나 여성 중 올 여름 동안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은 다리 근육량이 더 줄어들어 있을 것이므로, 가을을 앞두고 운동을 시작할 때에는 우선 하체 근력 강화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편욱범 교수는 "일상 생활이나 운동 중 기립성 저혈압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평소 까치발을 들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습관으로 하체 근육을 강화하라"고 말했다.
한편, 나이가 들수록 체내 수분량이 적어지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려 탈수와 혈류량 감소가 동시에 일어날 경우 저혈압이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노년층이 운동을 할 때에는 수분 섭취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단, 카페인은 이뇨작용으로 인해 저혈압을 유발하므로, 커피로 수분을 섭취하면 안 된다. 수분 섭취는 물이나 전해질음료를 마시는 방법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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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앉아 있는 자세에서 일어날 때에는 몸을 천천히 움직이기
2. 운동 전후 체내 수분 부족을 유발하는 커피나 알코올 섭취하지 않기
3. 땀을 많이 흘힌 뒤에는 충분한 물과 전해질 섭취하기
4. 꾸준한 운동으로 심장과 혈관 건강 향상시키기
<올바른 환절기 운동법>
1. 운동량은 첫날 목표량의 50%를 시작으로 하루에 10%씩 4~5일에 걸쳐 천천히 증가시킨다.
2. 매일 250~500mg의 비타민 C를 섭취하거나 과일을 충분히 먹는다.
3. 운동 시에는 항상 전해질과 수분을 보충한다.
4. 30분 운동에 10정도 휴식을 갖고, 운동 강도를 높게 하지 않는다.
5. 습도가 높은 날에는 운동 강도를 평소보다 10~20% 정도 낮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