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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마음마저 가뿐하게 해준다. 바깥 공기도 제법 쌀쌀해지고 수목들의 월동준비도 한층 분주해졌다.
흔히 갈비찜은 밤, 당근, 무 등을 넣고 함께 쪄내는데, 안의갈비는 그 조합이 안동 찜닭과 비슷하다. 안동찜닭의 경우 소갈비 대신에 닭, 그리고 건 고추와 당면이 들어가고 국물을 자작하게 조려서 찜닭을 만들어 낸다. 안의 갈비찜의 조리법도 이와 비슷하다. 한우고기에 달콤한 간장 양념, 그리고 각종 채소와 버섯 등을 듬뿍 넣고 조리하는 게 특징이다.
안의갈비는 안의면 금천리 금천변 광풍루 옆에 자리한 오래된 식당을 비롯해서 주변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이들 식당에서는 밑반찬도 된장에 박은 콩잎, 청국장, 비지 등 토속미가 물씬 풍기는 것들을 내주니 가을 미각을 채우기에도 적당하다.
함양 안의가 유독 소갈비로 유명한 연유가 있다. 안의는 지금은 면 단위의 작은 지역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제법 큰 고을이었다. 경남 거창의 일부까지 포함해서 안의현이라고 했는데, 영남 서북부의 교통 요지였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안의에는 오일장이 제법 크게 섰다. 그 오일장 한 켠에 우시장도 있었다. 또 안의면에 도축장도 함께 있어서 자연스럽게 안의갈비라는 브랜드가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이다.
안의는 연암 박지원과도 연관이 있는 곳이다. 양반전, 열하일기 등으로 유명한 연암 박지원이 안의 현감(1792~1797년)을 지냈다. 박지원이 1780년 사신일행으로 중국에 가서 본 선진 문물에 대한 기록 '열하일기'에 물레방아도 언급되어 있는데, 박지원은 안의현감 재직시절 물레방아를 직접 만들었다. 함양 용추계곡에 있는 한반도 최초의 물레방아가 그것이다.
맛난 별미를 맛본 후 다이어트 겸, 명품 숲 한 바퀴는 매력 있는 만추의 여정이 된다. 신라 말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상림은 함양읍내 위천 천변을 따라 길이 1.6km, 폭 100~200m 내외로 아름드리 숲이 펼쳐져 있다. 갈참나무, 단풍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서어나무, 신갈나무, 쪽동백 등 100여 종 2만여 그루의 아름드리 활엽수가 들어차 있다. 워낙 장구한 세월 동안 터를 닦아 온지라 잘 보존된 천연림 못지않게 빼어난 자연의 풍치를 자랑한다.
숲 양쪽으로 호젓한 산책코스와 벤치 등 쉼터도 잘 갖춰져 있으니 낙엽을 밟으며, 그리고 낙엽 비를 맞으며 느릿한 산책의 묘미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이 가을 잠시 바쁜 일상을 접고 천년 숲에 내려앉은 가을 색에 젖어보자면 이만한 호사가 또 없을 것이다.
김형우 문화관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