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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 여름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폭염은 하루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씨다. 이런 날씨가 2일 이상 지속될 경우 '폭염주의보'를 최고기온이 35℃ 이상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여름은 모두가 무더위와 사투를 벌여야하는 계절이지만 특히, 노인과 영유아 등 건강 취약자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시기다.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여름철 대표 질환으로 꼽히는 '온열질환'과 '일광화상' 등에 대해 알아본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사람은 외부 온도의 변화에 대응해 일정하게 체온을 유지하는 항온동물이다. 폭염과 같은 고온 환경에서 노출되면 인체는 피부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땀을 흘리는 등 생리적 반응으로 열을 발산시켜 체온을 조절한다.
고온 환경에 지속적으로 장시간 노출되면 체온조절기능에 이상이 생겨 '열사병' 등의 고온 손상을 겪을 수 있다. 특히, 고혈압과 심장병, 당뇨나 혈액투석 등을 받는 만성질환자나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노년층이 특히 폭염에 취약한 이유는 사람의 몸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땀샘이 감소해 땀 배출량이 줄어들고, 그만큼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기관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 중 65세 이상의 비중이 높고, 대다수가 논밭일을 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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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온열질환은 일사병과 열사병이다.
일사병은 고온에 노출돼 신체 온도가 37~40도 사이로 상승되면서 탈수현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흔히 말하는 '더위 먹었다'는 표현이 일사병을 뜻한다. 심박동이 빨라지고 어지럼증, 두통, 구역감 등의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그늘진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열사병은 과도한 고온 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 작업공간, 운동공간 등에서 열발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체온 상태가 유지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40도 이상의 고열과 의식장애, 중추신경계 이상, 근육떨림 등이 나타난다. 여름철 고온으로 인한 사망자 대부분이 열사병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밖에도 땀샘의 염증으로 인한 열 발진(땀띠), 발과 발목에 부종이 생기지만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는 열 부종, 말초혈관 확장과 혈관 운동의 톤이 감소하여 나타나는 체위성 저혈압에 의해 실신이 발생하는 열 실신, 땀으로 과도한 염분 소실이 생겨 근육의 경련이 발생하는 열 경련, 불충분한 수분 섭취 및 염분의 소실로 인한 두통 등 다양한 온열질환이 있다.
◇근육경련 및 의식 저하 시 119신고!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불쾌감이나 권태감, 집중력 저하 등의 가벼운 증상은 누구나 겪는다. 문제는 증상이 심한 경우 현기증, 메스꺼움, 근육경련 등을 비롯한 실신이나 의식변화의 증상을 겪을 때다.
이 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일단 통풍이 잘되는 그늘이나 에어컨이 작동되는 안전한 실내로 이동한 뒤 차가운 물을 마시고 입은 옷은 벗고, 피부에는 물을 뿌리면서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히는 게 중요하다.
양희범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폭염으로 인해 두통이나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열사병이 의심되므로 바로 그늘로 가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며 "열을 내리려 해도 나아지지 않고 증상이 심해진다면 즉시, 119에 신고해 응급실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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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병이 나타나기 직전 증상으로는 두통, 어지러움, 구역질, 경련, 시력 장애 등이 있으며, 의식이 저하되고 몸은 뜨겁고 건조하며 붉게 보인다. 열 피로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오히려 피부는 뜨겁고 건조해 땀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호흡은 얕고 느리며 혈압이 떨어지기도 한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환자 체온을 내려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의식이 없는 환자인 경우에는 기도유지와 호흡보조가 중요하다. 환자의 체온을 내려주기 위해서는 옷을 벗기고 부채를 이용해 바람을 쐬게 하거나, 분무기로 피부에 물을 뿌려주는 것이 좋다. 큰 혈관이 지나가는 부위나 목, 겨드랑이 부위에 아이스팩을 대고 열을 내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임지용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 교수는 "온열질환은 뇌의 체온 조절 중추가 고열로 인해 기능을 잃으면서 체온 조절이 안 되는 상황으로 빠른 시간 내에 체온을 내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병이 더 진행될 경우 우리 몸의 혈액 응고 시스템의 이상이 생겨 다양한 부위에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고혈압과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환자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열사병이나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경우 바닥이나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뇌나 목 부위를 다치는 2차 사고가 생길 수 있으므로 환자를 무리해서 옮기기보다 구급대원이나 의료진의 도움을 통해 보호대 착용과 함께 조심스럽게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닝하려다 일광화상 발생할 수도
여름철 해수욕장이나 야외 수영장에서는 '선탠'이나 '태닝'을 위해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자외선에 노출하면 피부가 손상을 받아 '일광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일광화상은 과도한 자외선 노출에 따른 피부염증 반응으로, 피부가 부어오르고 붉어지며 가려움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통증이 심해지면서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벗겨질 수 있다. 수포가 생기는 상황부터 2도 화상이라고 하며 이런 경우 화상전문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예방이다. 과도한 노출이 되지 않도록 하며, 선크림을 자주 발라준다. 만약 증상이 생긴다면 환부를 차갑게 유지하고,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아이스 팩을 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수차례 반복해야 증상의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조용석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교수는 "타이레놀이나 비마약성 소염진통제가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민간요법으로 사용하는 감자팩과 오이팩, 알로에팩 등은 수포가 생기지 않는 화상에서는 진정효과를 줄 수 있다"며 "수포가 생긴 경우에는 2차 감염의 우려가 있어 가급적 민간요법은 사용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해변가 같은 경우 바닷물이나 모래에 반사되는 자외선에도 피부 손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얇은 옷을 걸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해변가 외출 후에는 충분히 찬물에 샤워를 하고 보습제를 전신에 발라줘 피부를 진정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또,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피부가 건조해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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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에 발생하는 다양한 온열질환을 질환을 피하려다 오히려 '관절염'을 악화 시키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장마가 시작되면 "뼈마디가 쑤시고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 확실한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외부온도가 떨어질 때, 상대적으로 습도가 높아질 때 관절의 통증을 느끼며, 관절의 경직(굳는 느낌)이 더 증가한다는 보고는 많다. 이를 근거로 학계에서는 저기압, 고습, 저온이 관절염의 통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밖에도 고온다습한 날씨에 에어컨을 온종일 틀고 지내는 경우 저온과 추위로 관절염이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진욱 을지대 을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뼈마디가 쑤시고 아프다'고 호소하는 관절통의 경우 대부분 관절주위의 통증이거나 근육통으로 인해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증상"이라며 "관절염은 실제로 관절이 붓거나 열감이 동반되기도 하고 또 눌러서 아프거나 관절의 운동이 제한되는 증상이 나타나므로 전문의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간 비가 오고, 저기압이라 통증이 심해졌다고 운동을 중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운동을 중단하면 근육이 더 위축되고 약화 돼 관절 손상과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허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관절염의 경우에는 운동이 약물보다 치료 효과가 더 좋다"며 "이는 반드시 적절한 운동을 적당한 양을 시행하는 경우에 한해서"라고 말했다.
만약, 장마로 인해 통증과 뻑뻑함이 심해졌다면 운동시간을 줄이고 운동 전후 스트레칭을 더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 관절염 환자는 운동 전 담당의사와 상의해 운동종목과 운동량을 정해야 한다.
일례로, 걷기 운동의 경우 이 운동이 현재 자신의 무릎 관절염에 도움이 되는지, 그렇다면 한 번에 몇 분간, 하루에 몇 회 정도 시행하는지 등 자세한 지시를 받는 것이 좋다. 부적절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관절염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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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여름철 더위를 건강하게 이겨낼 먹거리로 과채(과일과 채소)를 추천한다. 제철 과일과 채소는 수분과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등 영양소가 가장 풍부하기 때문이다.
땀을 많이 흘려 체력이 손실된 뒤에는 수분과 당분이 많은 수박, 참외, 자두, 포도 등이 좋다. 하지만, 평소 위장이 약하고 배가 자주 아파서 설사가 잦다면 여름 과일의 섭취를 적당히 하고, 껍질이 부드럽게 벗겨지는 숙성된 복숭아와 바나나 등을 먹는 것이 더 이롭다.
여름철 채소로는 수분 보충에 효과적인 오이와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가지를 추천한다. 냉국이나 무침으로 요리하면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제철 채소인 양배추, 부추 등은 비빔밥이나 겉절이로 활용해 섭취하면 면역력 증강과 살균에 효과가 있다.
<여름철 더위를 건강하게 이겨내는 법>
-낮 시간대(12:00~17:00) 야외활동이나 작업은 가급적 피한다.
-외출 시에는 가볍고 밝은색의 헐렁한 옷을 입는다.
-현기증, 메스꺼움, 두통 등의 증상이 생기면 그늘로 가서 바로 휴식을 취한다.
-체온이 상승한 경우 입은 옷을 벗고, 피부에 물을 뿌리면서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힌다.
-식사는 가볍게 하고 평소보다 물을 자주 많이 먹는다.
-에어컨, 선풍기 등은 환기가 잘 되는 상태에서 사용한다.
-라디오나 TV의 무더위 관련 기상 상황을 주의 깊게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