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을 23년간 이끌어온 이웅열 회장(63)이 내년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 회장은 "1996년 1월, 40세에 회장직을 맡았을 때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었는데 3년의 시간이 더 지났다"면서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면서 창업 의지를 밝혔다.
이어 '이별은 쿨(Cool)해야 한다'며 별도의 퇴임식도 거부한 이 회장은 '누구나 한 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 / 이제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내가 가야 하는 이 길에 지쳐 쓰러지는 날까지 / 일어나 한 번 더 부딪쳐 보는 거야'라는 가수 윤태규의 '마이 웨이' 가사를 언급하며, "넘어지면 바로 일어서겠다. 그렇게 앞으로, 앞으로 저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새로운 도전 의지를 다졌다.
한편 코오롱그룹은 이 회장의 퇴임에 따라 내년부터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성격의 '원앤온리(One & Only)위원회'를 통해 룹의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9년도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코오롱의 유석진 대표이사 부사장(54)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지주회사를 이끌도록 했다. 유 사장은 신설되는 '원앤온리위원회'의 위원장도 겸임한다.
아울러 이 회장의 아들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35)는 전무로 승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코오롱 지분율은 49.74%인 반면, 이 전무는 그가 대표를 맡은 계열사 '리베토'를 제외하면 주요 계열사 지분이 사실상 전무하다. 따라서 업계에선 이 전무가 그룹의 패션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하면서 본격 경영수업을 받는 가운데 서서히 ㈜코오롱 지분율을 올려가는 방식으로 향후 승계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