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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엔터] 전지현은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의 '잘못된 선택'이었나.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9-12-04 09:44


◇ 마켓컬리 BI

마켓컬리의 '전지현 광고' 전략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창립 이래 한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을 뿐더러 적자 폭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까지 마켓컬리의 누적 적자는 600억원에 달한다.

이에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거액의 광고비를 들여가면서 전지현 카드를 택한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이었는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들린다. 화려한 톱스타 마케팅보다는 물류체계 강화와 전국 단위 새벽배송 시스템 확보 등 인프라 구축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는 지적이다.


◇ 마켓컬리 '장보기 대세 앱' 광고 화면 모습.
▶전지현은 '독이 든 성배'? 신규회원 늘어나도 적자 폭은 확대

새벽배송 서비스를 최초 도입한 마켓컬리는 베이커리 브랜드 '오월의종', '비바니 초콜릿', '본앤브레드' 등 기존 온라인 몰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프리미엄급 제품들을 소개, 창립 초기 이름을 알렸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

이후 마켓컬리는 톱스타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전격 발탁했다. 전지현을 모델로 한 광고 영상은 지난 2019년 1월~3월, 5월~6월 각각 방영됐다.

소위 '전지현 효과'로 마켓컬리의 인지도는 급상승했다. 마켓컬리가 25세~54세 수도권 여성을 대상으로 자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18년 12월 69.6%였던 인지도는 광고 직후인 2019년 7월 91.4%로 증가했다.

이는 매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마켓컬리는 전지현 광고 방영 직후인 2019년 5월 매출이 2019년 1월 매출 대비 14%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지현이란 톱스타가 불러온 마켓컬리의 인지도 상승과 신규 회원 확대는 영업이익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전지현 효과'로 새로이 유입된 회원들이 마켓컬리의 수익 구조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마켓컬리는 신규 고객에게 1만원에 해당하는 일부 인기상품을 100원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제공한다. 첫 구매고객은 배송비도 무료다. '친구 추천' 제도를 통해 신규회원과 추천받은 기존회원 모두에게 배송완료 2일 후 적립금 5000원을 지급해준다. 따라서 새로 가입한 회원이 신규 혜택만 챙기고 재구매를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마켓컬리 입장에선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결국 전지현이라는 톱스타가 가져온 인지도 상승, 그로 인한 신규회원 급증이 마켓컬리에게 오히려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큰 적자를 기록한 마켓컬리에 단순한 신규회원 유입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를 통해 유입된 신규회원들은 충성고객과 달리 초기 프로모션 혜택만 이용하는 경우가 잦다"며 "제품 경쟁력을 통해 충성도 높은 회원을 늘려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마켓컬리는 "신규 고객 대상 프로모션은 1회에 한정돼 있으며, 재구매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정확한 수치 공개는 어렵다"고 답했다.

▶프리미엄 이미지 퇴색 속 기존 고객 이탈, 새벽배송 전국망도 없는데 왜 빅스타 고집하나

현재 마켓컬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재구매율'이다. 무조건적인 회원수 증가보다는 고객 충성도를 높여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인 것이다.

그런데 전지현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간 직후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한때 잦은 상품 품절과 오배송을 경험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이 증가하면서 마켓컬리의 프리미엄 이미지 또한 퇴색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충성도 높은 기존고객들이 이탈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독특한 상품 큐레이션과 안목으로 마켓컬리를 이용해왔지만 지금은 경쟁 업체에서 동일 상품을 더욱 저렴하게 판매하는 등 차별성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유통 인프라 구축 대신 마케팅에 치중해 충성고객을 잃고 적자 폭을 줄이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의 가장 큰 메리트는 전날 오후 10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해당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마켓컬리가 강조하는 새벽배송이 현재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만 가능하다"며 "굳이 이 상황에서 톱스타 전략을 고집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지현을 통한 광고 방영 당시부터 현재까지도 마켓컬리는 전지현 효과를 뒷받침할 만한 물류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 장지동에 동남권 물류센터와 용인 죽전 상온물류센터, 남양주 냉동 전용센터를 운영중인 마켓컬리는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전문가들은 마켓컬리의 적자 원인으로 포장비와 운반비, 광고선전비 등을 함께 꼽는다. 특히 마켓컬리는 2018년 광고선전비로 148억 원을 사용했다. 2017년 24억원과 비교하면 517%나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신선식품 배송 특성상 포장비와 운반비용 축소는 어렵기 때문에 광고선전비를 줄여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분석한다.


◇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유통 비전문가'인 김슬아 대표의 판단 미스? "전지현 버리고 진정한 실력 보일 시기"

전지현과의 광고모델 재계약 여부와 관련해 마켓컬리는 "모델과의 계약서 내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스타트업 창업 초기 방향성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탑 모델'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지현을 통해 마켓컬리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에는 성공했기 때문에 향후 경영 전략에 맞춰 마케팅 전략 방향설정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마켓컬리를 둘러싼 내·외부 모두 상황이 여의치 않다. 마켓컬리의 매출액은 2015년 29억원에서 2016년 173억원, 2017년 465억원, 2018년 2571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으나, 현재까지 이익을 낸 적은 없다. 오히려 적자 규모는 매년 확대돼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는 6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새벽배송 시장에는 마켓컬리 이외에도 쿠팡, 신세계(SSG), 롯데 등 대규모 유통업체가 잇달아 진출했다. 업계 추산 치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 1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4000억원을 돌파, 올해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개념을 최초로 도입해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벌렸었다. 하지만 새벽배송 시장은 진입 장벽이 매우 낮아 경쟁업체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마켓컬리는 획기적인 적자 만회를 이루지 않으면 경쟁업체에게 잠식당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

이외에도 대형 유통업체와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이미 전국 단위 새벽배송이 가능한 유통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스타트업인 마켓컬리는 상대적으로 인프라 조성에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마켓컬리는 내년 9월 입주 예정인 김포 물류센터를 포함해 총 4곳의 물류센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수도권에 위치한다. 전국 단위 새벽배송이 가능한 타사와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마켓컬리 측은 "즉각적 이익 추구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투자에 주력했다"면서 "흑자 전환을 위해 마켓컬리 내에서 장보기가 가능하도록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품절률과 폐기율 감소, 품질 관리 등 운영효율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유통업계 내에서는 컬리가 전지현에게 광고 모델료로 10억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을 지급했다는 이야기가 돈다. 업계 관계자는 "화려한 스타 마케팅보다 물류·유통 인프라 확보 등의 효율적인 전략을 취하는 게 마켓컬리가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는데 중요할 것"이라며 "마켓컬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아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내실을 기하는데 주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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