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협동조합(신협)의 '직원 관리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데다 징계 전적이 있는 직원이 또 다시 징계를 받은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다.
더욱이 최근 신협이 '여신업무 광역화'를 통해 영업권역 확대에 나서자, 신협을 향해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더 시급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신협이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만큼 과연 김윤식 신협중앙회 회장은 직원 관리가 허술하다는 '오명'을 벗고 재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신협이 공개한 '제재내용공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올해에만 신협 지점 46곳의 직원과 임원들이 징계를 받았다. 대출 업무과실과 허위보고 등 금융사고를 제외하고도 업무시간에 사이버 도박을 하거나, 횡령, 성추행 등과 같은 행위도 9건에 달했다.
이처럼 업무시간 내 직원들의 부적절한 행위가 계속되는 것은 신협의 '낮은 징계 수위'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징계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으로 나뉘는데, 신협 직원들의 사행성 행위와 같은 불법행위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견책'과 '감봉' 수준의 처벌만 받는다는 것이다.
그 예로 강원도의 한 지점에서는 업무시간 중 30회에 걸쳐 사이버도박 계좌에 369만원을 송금하였으나 징계는 견책 및 감봉에 그쳤다.
이에 대해 신협 관계자는 "징계 절차는 금융 및 법률전문가 등 5인으로 구성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신용협동조합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과 금융감독원의 시행규칙에 따라 공정한 심의를 거쳐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규정에 따라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나, 같은 행위로 인해 한번 더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신협의 '직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충북의 한 지점의 직원은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다른 직원에게 수시로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과 두려움을 유발했고, 심지어 징계를 한 차례 받았음에도 이같은 행위를 계속 해오다 다시 적발됐다.
처음 적발됐을 당시 물의를 일으킨 직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이후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위해 보완한 것이 있는지 묻자 신협 관계자는 "당시 해당 직원이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에 대해선 확인이 어렵다. 다만 신협은 법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성희롱 교육 외에도 중앙회에서 지역조합을 상시적으로 방문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속적인 금융사고 예방교육을 위해 신협연수원에서의 교육 및 지역별 순회교육을 연 10회 이상 실시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19회 이상 진행됐다"며 "신협은 지난 2017년 중앙회에 검사전담부서를 신설, 검사업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했으며 앞으로 사고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신업무 광역화' 이뤄낸 신협…"사세 확장에 앞서 내부 기강 확립부터 우선돼야" 지적도
신협 직원들의 기강 해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몸집 불리기'에 나선 신협을 향한 시선 또한 곱지만은 않다.
지난달 20일 신협은 숙원 사업중 하나였던 '여신 영업구역 광역화'를 이뤄내면서, 올 한해 공격적인 고객 확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신협의 여신 구역은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광주·전남, 충북, 전북, 강원, 제주 등 10개 권역으로 대폭 늘어난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서울 관악신협은 관악구 내에서만 회원 모집과 여신 업무가 가능했으나, 법안이 시행되면 서울 전역에서 자유롭게 대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협의 공격적인 행보를 놓고 업계 안팎에선 우려가 크다. 신협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2.75%로, 새마을금고(2.15%), 농협(1.34%)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또한 이는 수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 조합의 평균 연체율 1.71%를 상회한다.
금융당국 역시 신협이 영업권역 확대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지난 3월 초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신협의 영업기반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 "다만 대형조합의 수익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다수 영세조합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어 신협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업계 안팎에서 급격한 영업권역 확대로 신협 간 경쟁이 일어나게 되고, 이로 인해 대형조합 위주의 여신 경쟁이 이뤄져 결국 소형조합이 무너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신협 측은 "최근 기존의 리스크관리실을 중앙회 및 지역 조합 리스크 관리업무 총괄조직으로 확대했다. 조합여신평가지원반도 신설해 중앙회가 조합들의 여신 건전성 관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 간 협동을 통한 발전을 위해 2014년부터 선도조합과 재무상태 개선이 필요한 조합 간 결연을 맺어 경영노하우를 공유하거나 실무교육 등을 지원해 재무구조 개선에 함께하는 등 전국의 대·중·소형 조합들이 참여하는 TF(위기관리 전담팀) 위원회도 활동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신협의 지속되는 내부관리 '미흡' 논란을 잠재우고 올바른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김윤식 신협중앙회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 신협의 핵심 키워드로 '변화'를 꼽은 뒤 "불확실한 시대 흐름을 타개하기 위해 변혁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며 "새로운 신협, 미래 100년을 향해 담대한 도전의 한 해를 만들어 가자"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협이 '한국 대표 금융협동조합'으로 도약하겠다는 김윤식 회장의 포부에 걸맞지 않게 내부적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만큼 신협은 이를 계기로 흐트러진 내부 기강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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