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롯데 오너가 소유 골프장 부지 '개 농장' 논란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20-07-09 08:57


롯데가 오너가 소유지의 '개 농장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인천 계양산 등산로 인근에 불법 운영 중인 식용 개 농장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 고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소유라는 것이 최근 알려지면서다. 특히 동물보호단체가 6일 공개적으로 롯데에 실질적 해결을 촉구하면서 논란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그러나 지난 1월 고 신 명예회장의 타계 이후 해당 부지의 상속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인 데다, 롯데 측이 회사 소유의 땅이 아니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고 신격호 명예회장 소유 롯데 골프장 부지 '방치' 논란

지난 6일 케어 등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이 서울시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소유지에 위치한 인천 계양산 등산로 인근의 식용 개 농장과 관련 롯데에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물보호단체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고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소유지인 계양산 등산로 인근에는 식용 개 농장이 불법 운영 중으로, 개 250여마리가 발로 땅을 디딜 수 없는 좁은 '뜬 장'에 갇혀 썩은 음식물쓰레기를 먹으며 도살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며, "롯데가 30년 동안 계양산 땅에서 개 농장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고 방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는 "인지가 늦었을 뿐 방치는 아니다"며, "해당 부지는 오너가의 소유지로, 회사의 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상속인들과 농장주 간에 해결이 이루어져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해당 개 농장 업자는 지난 1992년 고 신 명예회장의 측근과 임대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인천시 계양구는 개발제한구역법 위반, 폐기물 처리시설 미신고, 가축분뇨 배출시설 변경 신고 미이행 등으로 과태료 처분을 했으나 개 농장 업자는 10년 가까이 운영을 계속해왔다.

개 농장이 위치한 부지는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1970년대 취득한 것으로, 롯데는 이 곳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 2009년 계양산에 체육시설로 골프장을 건설하는 도시관리계획이 통과됐지만, 2012년 환경 파괴를 이유로 철회됐다. 이에 롯데 측이 인천시를 상대로 '재량권 남용'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8년 10월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패소하며 골프장 건설이 무산됐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해당 부지에서 롯데의 골프장 건설이 추진됐던 만큼, 개인 소유의 땅으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계양구청 관계자는 "해당 개 농장이 등산로 인근에 있는 만큼, 수년간 민원이 계속돼 왔다"면서, "구청에서 소유자인 신 명예회장에게 수년 전부터 관리 요청 문서를 보냈지만 반응이 없다가, 올해 1월에서야 보낸 문서가 상속인들에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상속 과정에서 상속인들이 인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고 신 명예회장의 상속인들은 문제가 된 개 농장 주인에게 해당 부지를 비우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다만, 명도소송만 진행되면 길게는 수년간 해결이 지연되는 만큼, 지자체 등에서는 즉시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화해'로 전환을 유도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 소유권 이전에 앞서 관리비용과 이전 장소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상황이다.

고 신 명예회장의 상속인들은 개 소유권 이전에는 합의한 상태지만, 관리에 대해서는 합의된 바가 없다. 계양구청에 따르면, 해당 개 농장은 일부 무허가 '가축분뇨배출시설'로 오는 8월까지 폐쇄해야 한다. 일단 도살은 막았지만 이후 대책은 안갯속인 셈이다.

6일 기자회견에서 동물보호단체는 "롯데가 개들을 매입하기로 했으나 개들이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개들을 위한 보호 공간을 마련해 새 가정을 찾아줄 수 있도록 롯데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상속인들이 매입비용 부담 결단을 쉽지 않게 내린 상태"라고 난색을 표하면서도, "동물보호단체의 제시안을 기다리고 있으며, 구청 및 해당 단체와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롯데가 상속 절차 진행중…반려동물 사업에도 부담?

재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롯데가의 상속 문제와 맞물려 빠르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19일 타계한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상속인은 4명이다.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두 딸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이다. 이번 계양산 개 농장 이슈 관련해서도 4인의 상속인들의 의견을 일일이 타진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신 명예회장 명의의 인천시 계양구 목상동 땅은 166만 7392㎡로, 추정 가치는 약 4500억원에 달한다.

롯데 관계자는 "각 상속인들이 대리인을 통해 원만히 상속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소송 가능성과 유언장 공방 등 형제간 분쟁의 불씨가 살아있는 만큼 잡음이 흘러나오지 않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 농장과 관련된 이번 사안이 롯데의 이미지에 또다른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팸펫족'이 급증한데다, 롯데가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여러 계열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만큼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 "롯데에 또다시 악재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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