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3차 대유행 속에서 DB금융투자가 직원들에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 시 자체적으로 경위를 살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공지를 띄워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회사 측은 해당 공지에 대해 표현상의 오해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노조는 회사 차원의 이중 처벌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고용노동부 고발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은 상황이다.
▶"회사에 명백한 피해 주면 불이익 입을 수 있다는 책임의식 고취 차원" vs "이중 처벌 운운 자체가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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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회사 측의 대응 태도도 논란이 됐다.
정희성 DB금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항의의 뜻을 사측 인사 팀장에게 전달했는데, '별것 아니다'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 회사는 아무런 조처를 하고 있지 않다"고 전하기도 했다.
DB금투 관계자는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 이란 표현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떼며 "해당 내용은 정부 차원의 방역 수칙을 비롯해 사내 회식·워크숍·세미나 금지, 해외 출장 시 선보고, 본사 건물 내 외부인 출입금지, 구내식당 2~3부제 운영 등 사내 수칙을 준수하라는 차원에서 지난 2월부터 이어진 공지사항의 연장선"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해당 메시지는 회사 차원에서 발송된 게 아니라, '지역 본부장이 방역 수칙 준수 취지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보낸 것'으로 보인다는 식의 이야기를 노조 측과 이어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증권사의 경우 한 사무실 내에 500~1000명이 함께 일하는 만큼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상당히 크다. 어느 회사나 회식 금지, 해외여행 시 윗선 보고 등의 규정이 있고, 이를 위반했다거나 회사에 명백한 피해를 끼치게 되면 책임을 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이번 확진자의 경우 불이익이나 책임질 일이 없어 노조가 확대 해석과 이중 처벌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사측 주장을 다시금 반박했다. 정 위원장은 "공지사항 원문을 살펴보면 '금일중으로 각 본부장들은 관할 지점장 및 팀장들에게 본 내용을 정확히 주지 시켜 달라'는 지시가 담겨 있다"면서 "해당 글은 일개 본부장이 아니라 더 윗선에서 작성됐을 가능성이 예상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노조는 이번 논란 내용에 대해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근로감독을 요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진정을 넣어둔 상태다.
▶사령탑 올라선 오너 2세 김남호 회장…위상 회복 언제?
관련 업계는 이번 논란을 두고 회사 측 대응과 조치가 다소 지나쳤던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사내 직원들에게 별도로 주의 사항을 공지하기는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이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과도한 처사로 느껴진다"면서 "구체적인 위반 사항에 어떤 것이 있는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세부적인 공유가 추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사내 공포감만 조성됐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으로 DB금투를 비롯해 모기업인 DB그룹을 향한 대중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창업주이자 김남호 회장의 아버지인 김준기 전 회장은 2019년 10월 가사도우미와 비서를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다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김 회장은 판결 결과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이기는 하나 이 과정에서 DB그룹은 기업 차원의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한때 건설·철강을 비롯해 반도체, 금융, 유통 등 거대 기업으로 발돋움하며 재계 순위 13위를 기록했던 DB그룹의 순위는 현재 25계단 이상 떨어진 39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7월 그룹 사령탑에 올라선 오너 2세 김남호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산적한 상황이다.
먼저 그룹 전체에서 DB금융투자를 비롯해 DB손해보험, DB생명 등 금융 계열사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보다 균형 있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신사업으로의 진출과 인수합병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난 8일 통과된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로 신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일부 업계 관계자의 견해도 있다. 삼성·현대차·한화·미래에셋·교보와 함께 금융복합그룹에 속한 DB그룹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위험현황과 관리실태를 정기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취임사를 통해 사명감과 책임감을 언급했던 것처럼 일련의 상황을 외면하기보다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극복하는 것이 그룹 전체의 위상 회복에도 긍정적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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