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의과학대학원 박수형 교수와
종양은 CD8 T 세포가 종양을 죽이기 어려운 억제적인 종양 미세환경을 조성해 CD8 T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가장 잘 알려진 기전은 PD-1과 같은 면역 관문 수용체의 발현이 증가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증가된 면역 관문 수용체는 종양에서 발현하는 PD-L1과 만나 CD8 T 세포의 기능을 억제시킨다.
2010년 들어서 여러 난치성 암들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면역 치료는 바로 이같은 연결 고리를 끊어주는 면역 관문 억제제(PD-1 억제제, PD-L1 억제제)이다. 이러한 연결 고리를 끊어줌으로써 CD8 T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수행해 종양을 제거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치료법을 찾고자 전이성 난소암 환자의 종양 부위에 혼재되어 있는 CD8 T 세포들 중 종양 특이 T 세포의 특성을 살폈다. 이 세포들은 PD-1 수용체의 발현이 많을수록 그 기능이 더 많이 저하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면역 기능을 증가시켜 주는 공동자극성 수용체의 일종인 '4-1BB(CD137)'의 발현은 증가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4-1BB를 발현하는 세포들은 그렇지 않은 세포들에 비해 활성도가 더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능 억제에 따른 탈진 정도가 덜했다. 이는 원발 부위(난소)와 전이 부위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면역 관문 억제제 PD-1 억제제와 함께, 4-1BB 항진제를 사용해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PD-1 억제제만 사용했을 때보다 4-1BB 항진제와 함께 병합 사용했을 때, 종양내 탈진화된 CD8 T 세포의 기능 회복이 유의미하게 증가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효과는 원발 부위와 전이 부위 모두에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현재 치료 성공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이성 난소암 환자에 대한 면역치료의 난점을 극복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수형 교수는 "전이성 난소암의 종양 미세환경에서 탈진화된 CD8 T세포의 이질성을 규명하고, 원발 부위와 전이 부위의 종양-침윤 탈진 CD8 T 세포의 면역학적 특성을 최초로 제시함으로써 맞춤 의학의 근거를 제시하였다는 데에 중요한 과학적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면역항암제 치료가 성적이 좋지 않았던 전이성 난소암에서 새로운 병합치료 전략을 제시하였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실질적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임상 연구팀과 KAIST 의과학대학원 연구팀이 전이성 난소암에서의 새로운 복합 면역치료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로, 동물 모델이 아닌 임상 검체를 이용한 중개 연구(translational research)의 주요 성과이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임상의과학자 연구역량강화 사업과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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