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은 동쪽의 끝으로, 동쪽은 서쪽의 끝으로!'
중국 둔황 석굴의 문서를 발굴한 프랑스의 동양학자 펠리오는 사학자, 문화인류학자, 금석학자, 불교학자, 인도학자, 예술학자, 중국학자, 지리학자 등으로 불러도 손색 없을 만큼 연구 범위가 매우 방대하다.
옮긴이인 박세욱 작가는 프랑스에서 둔황 문학과 예술로 박사학위(2001년)를 받고, 귀국해 동서양 문화교류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소개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역서로는 '돈황 이야기'(공역), '실크로드', '중국의 시와 그림 그리고 정치' (공역), '안득장자언', '바다의 왕국들: 제번지 역주' 등이 있다.
이 책은 4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은 중국의 서남쪽 방향으로, 당나라 시대의 학자 가탐이 제시한 길을 따라가며, 육로를 통해 인도로 가는 여정을 기술했다. 2장은 가탐의 여정을 기초로 바다를 통해 인도로 가는 길을 서술하고 있다. 3장과 4장은 앞서 다룬 두 갈래 길의 여정을 일목요연하게 종합적으로 정리해 둔 배려가 돋보인다.
1장에서는 교지와 광주를 지리적으로 설명한 다음, 소수민족인 료와 찬에 관한 기록을 검토했다. 이어서 보두의 위치를 확인하고, 통킹을 통해 미얀마로 가는 길을 다루었다. 이들과 연관해 '중국'이란 명칭에 대해 살펴본 다음 건창으로 가는 길을 추적했다. 다시 운남의 명칭과 인문 지리적 상황을 파악하고, 남조 왕들의 이름을 통해 지역의 주류 문화를 읽어내면서, 여수와 표국을 역사적 기술에 따라 확인해 냈다. 운남 지역에서 미얀마로 가는 길을 따라가면 결국 앞서 언급한 루트들과 만나는 종점을 통해 인도에 이르는 길을 추적했다.
2장은 광주에서 말라카 해협으로 가는 길을 개괄하고, 특히 논란이 되었던 남해의 나라나 항구도시에 관한 동서양의 선행 연구들을 검토하며 견해를 기술하고 있다.
3장에서는 가탐을 따라 육로로 가는 길, 4장에서는 가탐을 따라 바다로 가는 길이 담겼다.
펠리오는 가탐의 여정을 기록하고 있는 자료와는 별개의 자료를 모아 번역해 첨부했다. 펠리오가 이러한 문건을 수록한 것은 현지답사와 중국 자료에 대한 철저한 검토 없이 이루어진 당시 유럽의 선행 연구들에 대한 경종으로 읽을 수 있다.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에 활약했던 프랑스의 동양학자 에두아르 샤반느는 "펠리오는 정말 놀라운 자료들의 중심에서 풍부하게 움직였고, 박식함으로 중국, 인도차이나, 인도의 지리와 관련된 모든 출판물을 익숙하게 했으며 근거의 완벽한 명료함으로 거의 설명될 수 없는 문제들을 다뤘다. 판단의 정확성으로 가장 어려운 경우에도 가장 그럴법한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평한 바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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