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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오른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했던 80대 초반 환자가 왼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당시에도 왼쪽 무릎 상태가 그리 양호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연골이 다 닳아 없어진 것은 아니고, 왼쪽 무릎은 별로 아프지 않다고 해서 환자의 의견을 존중해 오른쪽 무릎만 수술했었다.
"로봇으로 수술을 한다고요? 괜찮을까요? 몇 년 전 원장님이 수술 잘 해주셨는데, 굳이 로봇으로 수술해야 할까요?"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도 새로운 치료법이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특히 의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치료법이 확실히 효과가 있고,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신하기 전까지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그 말을 듣고 관련 논문을 찾아보니 이미 미국에서만 30만 명의 환자를 로봇으로 수술했고, 논문도 150편이 넘었다. 그것도 한 병원이 아닌 수많은 병원에서 나온 논문들이었다. 관련 논문이 많아도 한 병원에서만 나온 것이라면 신뢰하기 어렵지만 수많은 병원에서 나온 논문들이고, 그 논문들의 상당수가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와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로봇도 종류가 다양하다. 그 중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괜찮다고 인정하는 제품을 선택해 사용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로봇 수술의 원리를 이해하고 실제 로봇을 작동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정말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작년 6월부터 로봇을 도입해 인공관절 수술을 시작했다.
처음 병원에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도입할 때는 고민이 많았다. 우선 수술을 하기 위해 로봇을 세팅하는 데만 약 20분 정도 걸렸다. 그만큼 환자가 마취된 상태로 대기해야 하는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비용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인공관절 수술 자체도 비용이 많이 드는데, 로봇으로 수술하면 추가 비용이 더 발생한다. 경제도 어려운데 비용이 더 든다는 것을 말하는 게 의사 입장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도입한 지 약 5개여 월 만에 1000명의 환자를 로봇으로 성공적으로 수술했다. 여러 가지 부담은 있었지만 로봇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했을 때의 효과가 부담을 털고도 남을 정도로 좋았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환자의 무릎 관절을 3D CT 영상으로 찍은 후 영상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하고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다. 그 결과 환자의 무릎 연부조직 손상을 최소화시켜 회복이 빠르고 예후도 좋다.
의사의 만족도도 높다. 의사들도 정말 정확하게 수술을 잘 했을 때 만족도가 높고 보람도 느낀다. 로봇을 이용해 수술한 의사들은 모두 만족했고, 서로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제는 우리 병원 의사들이 모두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하게 되었다.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거짓말을 하거나 실제보다 과장하는 것이다. 만약 로봇 인공관절 수술 효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면 환자에게 당연히 권해서는 안 된다. 집도의로서 로봇을 이용해 수술해보니 수술과정과 환자의 예후를 통해 더욱 효과를 확신하게 되었다. 만약 내 가족이 인공수술을 받아야 된다면 로봇 수술을 추천할 생각이다.
왼쪽 무릎이 아파 내원했던 환자는 필자의 설명을 듣고 로봇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 만족도가 높다. 오른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했을 때보다 훨씬 회복도 빠르고 편하다며 고마워했다.
수술에 로봇을 접목하게 되면서 육안으로 수술할 때보다 더 정교하고 정밀한 수술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의사로서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 의학이 더 발전해 아예 수술하지 않고 아픈 무릎이 나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의학의 발전은 불가능해 보였던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었기에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현재 할 수 있는 방법 중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의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도움말=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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