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고사직전이다. 대형 항공사에 비해 여객 의존도가 높은 LCC업계는 여객 수요가 1년 이상 사실상 사라지면서 부채비율이 눈동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적자를 본데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유동성 위기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여 연초부터 자본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제주항공이 1년 이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은 1656억원이다. 만기가 도래하는 장기차입금까지 합하면 1년 내 상환 차입금은 1749억원이다.
제주항공은 자본금이 줄어드는 자본잠식에도 직면해 다른 LCC보다 유동성 위기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추가적인 자금 확보가 없다면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앞지르는 자본잠식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1050억원 중 521억원을 사용하지 않고 금융기관에 예치해 '여윳돈'을 확보했다. 여기에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제주항공보다는 상황이 나은 것으로 평가된다.
티웨이항공은 작년 부채비율이 517.6%로 2019년(331.2%)보다 186.4%포인트 증가했다. 부채는 5895억원이고, 자본은 1138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부채로 인한 재무 불확실성으로 티웨이항공 존속 능력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된다"고 전했다.
이 밖에 에어부산은 부채비율이 2019년 811.83%에서 작년 838.17%로 올랐다. 지난해 부채는 9242억원, 자본은 1102억원이다.
LCC들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순이익이 발생해야 하지만, 올해도 여객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LCC들은 생존에 필요한 자금조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외부에서 현금을 투입해 유동성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다음달 LCC 중 올해 최초로 유상증자를 시행한다. 지난해 11월 66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데 이어 올해 추가 유상증자를 한다. 8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배정 대상은 투자 운용사인 더블유밸류업유한회사다. 일반공모가 아닌 3자배정으로 사실상 주식을 팔아 외부 투자를 받는 셈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도 이르면 다음달 추가적인 자본 확충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항공사는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추가적인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신생 LCC 에어프레미아는 지분을 매각해 6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플라이강원은 2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각각 300억원을 지원받았다
적극적 영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는 방안도 진행 중이다. 제주항공은 항공업계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여객 모집에 나섰다. 인터파크투어와 함께 오는 9월에 있는 5일간의 추석 황금연휴를 겨냥해 대만, 사이판, 괌, 푸꾸옥, 보홀, 다낭 등 6개 노선의 전세기 이용 고객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모집하기로 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중형 항공기 A330-300을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도 빠질 수 없다. 제주항공은 비용절감을 위해 임차 기간이 만료되는 항공기 중 상당수를 반납할 예정이다.
LCC 업계 관계자는 "작년 1월에는 국제선이 정상 운항했고, 전년도 실적으로 한해를 버텼다. 하지만 올해는 매출만으로 부채를 갚기에도 벅찬 상태"라며 "항공사 자체적으로 회복이 어려우니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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