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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만료 앞둔 최정우 회장…사상 첫 파업 위기, 골프 논란 등 '산 넘어 산'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3-09-14 08:21 | 최종수정 2023-09-15 09:02


포스코가 내홍을 겪고 있다. 사상 첫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창사 이후 55년만이다. 경영진과 직원 간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사외이사의 외유성 골프 논란이 더해지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포스코의 파업이 시작되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최정우 회장 입장에선 최근 일련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최 회장은 올해만 무사히 넘기면 연임 이후 임기를 채운 최초의 포스코 회장이 될 수 있고, 3연임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경영능력만큼은 인정 받는 최 회장이다. 취임 이후 이차전지 등 사업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렸다. 다만 노사간 갈등이 계속되는 등 조직관리 측면에서 약점을 보였던 만큼 최근 상황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향후 거취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노동조합(포스코 노조)은 지난달 23일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지난 6일에는 광양, 7일에는 포항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진행했다. 포스코 노조는 조만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다. 조합원을 상대로 한 쟁위 찬반 투표가 가결되고 중노위가 노사 양측의 견해차가 크다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포스코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갖게 된다. 업계 일각에선 포스코의 파업이 이뤄질 경우 책임론이 부각, 최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포스코 노조는 임단협 결렬은 사측에 있다고 주장한다. 사측과 지난 5월 31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3개월간 20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약속 미이행 등 불성실한 교섭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포스코 노조는 "20차례 임단협 회의를 했고, 기본금 인상 등 23건의 임금 요구안을 제시했으나 사측은 기본급 인상 없이 5건만 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포스코 노조가 파업에 나서려는 배경 중 하나로 포스코가 최정우 회장을 포함한 임원 위주의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게 자리잡고 있다. 포스코의 임직원 평균 임금인상률은 최근 5년간 2.1%다. 반면 최 회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의 임금 인상 폭은 2.1%를 훨씬 뛰어넘는다. 특히 지난 4월 임원 대상 스톡그랜트제도에 따라 주요 경영진에 자사주를 지급했다. 스톡그랜트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인센티브다. 주식을 직접 주는 형태로 매도 기간 제한이 없어 언제든 현금화도 가능하다. 스톡그랜트를 가장 많이 받은 임원은 최 회장이다. 최 회장은 1812주,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755주, 유병옥 포스코 친환경미래소재팀장과 김지용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장은 각각 538주, 정기섭 포스코 전략기획총괄은 410주, 양원준 포스코 커뮤니케이션팀장은 404주 등을 받았다.

스톡그랜트는 포스코가 임원의 책임경영을 위해 도입한 보상이다. 회사 실적과 현재 상황 등을 반영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실적악화를 내세우며 비상 경영체제를 도입한 바 있다. 당시 포스코 노조는 "포스코가 최근 경영진에게 스톡그랜트로 수백억원의 주식을 무상 증여했고, 힌남노 피해 복구를 위한 포스코 원·하청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피땀은 외면하고 경영진은 은밀하게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현재 포스코 노조에 교섭 복귀를 요청한 상태다. 포스코 노조의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지만 원만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 노조가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은 약 1조6000억원으로 연간 인건비 총액의 70%를 넘는 수준"이라며 "조합원 1인당 약 9500만원의 연봉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과도한 요구"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는 원만하게 교섭을 진행하고자 지난 4일 노사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50년의 지속 발전을 위해 노사 간 서로 소통하자는 내용의 부회장 명의 서한을 전 직원에게 발송하는 등 노조에 교섭결렬을 철회하고 교섭에 복귀할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포스코와 포스코 노조의 원활한 협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측 간 입장차가 워낙 크다. 특히 지난 8월 최 회장과 사외이사의 외유성 골프 논란도 노사 갈등의 골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 회장은 8월 초 사외이사들과 캐나다 해외 일정에 나섰다. 당시는 태풍 카눈의 피해가 예상됐던 시기다. 태풍 피해 대비 직원들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태풍 힌남노를 앞두고 골프와 미술전시회에 간 사실이 알려지며 국감 등에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2년 연속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포스코는 "해외방문은 현지사업장을 둘러보고 이사회를 개최하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매년 진행했던 사안"이라며 "통상 국내 기업들은 국내외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며 주요 사업장을 둘러보는 등의 이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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