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된 감염병) 이후 해외여행객이 늘었다. 3년 이상 억눌렸던 해외여행에 대한 보복소비가 본격화됐다. 엔데믹 초기인 지난 5월 동남아시아지역 중심의 패키지 수요가 많다면, 최근에는 유럽과 북미를 시작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까지 지역 범위가 넓어졌다. 기회가 되면 언제든 여행을 떠나려는 여행 심리가 확산하며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도 사라지고 있다. 여행업계와 유통업계는 이런 점에 주목, 이색 여행지를 중심으로 고가의 상품을 선보이는 등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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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관광개발은 앞서 지중해의 숨은 보석으로 불리는 시칠리아와 몰타로 떠나는 비즈니스 패키지 판매를 시작했다. 11월 4일부터 매주 토요일 8박10일 일정으로 1인 기준 919만원(유류할증료 및 세금 포함)부터 이용이 가능한 고가 상품이지만 높은 판매율을 기록 중이다.
영화 시네마 천국으로 잘 알려진 체팔루, 대부의 사보카, 팔레르모, 태양은 가득히 및 아쿠아맨의 타오르미나, 월드워Z와 왕좌의 게임 촬영지인 발레타 등 여행을 통해 영화 속 한 장면 속으로 시네마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기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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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도 12일간 아프리카 여행을, 17일간 남미 여행을 즐기는 고가의 패키지를 판매 중이다. 판매 가격은 각각 1019만원, 1579만원부터다.
유통업계도 고가 여행 패키지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늘고 있는 점을 반영, 홈쇼핑을 통해 관련 상품 판매에 나섰다.
GS샵은 지난달 24일 중남미 크루즈 여행 상품의 방송을 시작했다. 25일간 크루즈를 타고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 등의 여러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구성된 패키지로 가격은 1800만원대다. 고가임에도 620건의 예약 상담이 이뤄지는 등 고객 반응은 뜨거웠다.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20일 10박 13일 일정으로 아프리카 6개국을 돌아보는 여행 상품을 선보였다. 1700만원을 넘는 상품임에도 불구, 방송 시간 70분 만에 상담 예약이 2300여건이나 몰렸다.
여행업계는 고가 프리미엄 상품의 인기가 뜨거운 배경으로 코로나 시기 억눌렸던 해외여행 욕구가 엔데믹 이후 보복소비로 이어진 것을 꼽는다. 가격에 얽매이지 않고 특별한 여행을 즐기려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통상 10월과 11월은 학기중인 만큼 그동안 해외여행 비수기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중장년층의 소비 패턴에 변화가 일고 있다"며 "중남미, 아프리카를 비롯해 북유럽 등 이색 지역 관광 상품 확대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