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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세무조사 받는 한일시멘트…지주사 및 계열사 '전방위 압박'

최종수정 2023-11-22 08:09

한일시멘트의 경영 환경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정당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 호황에 따른 실적 성장세를 기록 중이지만, 연이은 악재가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최근 한일시멘트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조사4국을 투입, 세무조사에 필요한 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4국은 탈세 또는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특별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다. 특정 혐의를 포착하거나 첩보 등을 바탕으로 조사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재계 저승사자'로 불린다.

업계 안팎에선 한일시멘트의 이번 세무조사가 기업 경영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세청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회계연도를 중심으로 한일시멘트 외에 지주사인 한일홀딩스 및 주요 계열사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일시멘트는 2018년 인적분할을 통해 시멘트사업부문인 한일시멘트와 투자사업부문인 한일홀딩스(구 한일시멘트)로 회사를 분할했다. 경영환경 개선에 따른 유동성 확보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 일환에서다. 한일홀딩스의 한일시멘트의 지분은 60.9%이며 한일산업, 한일L&C, 한일VC 등 주요 계열사의 보유 지분율은 100%다.

지난 9월 기준 분기보고서를 보면 허기호 회장은 한일홀딩스의 지분 963만주(지분율31.23%)를 보유,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수관계인(친족) 보유 지분으로 범위를 넓히면 지분율은 33.16%로, 오너일가의 전체 지분율은 64.39%다.

국세청은 한일홀딩스 등 세무조사 대상 기업의 특수관계인 거래 비중이 높은 점에 주목, 지배구조 개편 전후의 계열사 간 부당 거래 및 탈세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세, 탈루 등 혐의가 확인될 경우 사안의 경중에 따라 검찰 고발로 이어질 수 있디.

업계 일각에선 국세청의 한일시멘트 세무조사가 현재 진행 중인 주요 경영진의 주가 조작 재판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지배구조 전후 과정 면면을 살펴한다는 공통점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일시멘트의 주요 경영진은 2020년 5월 한일시멘트와 HLK홀딩스(현대시멘트 모회사)의 흡수합병 과정에서 주가 조작 혐의로 2021년 4월 검찰에 기소됐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합병법인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한일시멘트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췄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2020년 7월 한일시멘트, 한일홀딩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금감원 자본시장 특사경 출범 이후 증권사가 아닌 일반기업을 대상으로 강제수사에 나선 첫 사건으로 여전히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안이다. 현재 한일시멘트의 주요 경영진은 주가 조작 관련 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재판 결과까지는 사안의 복잡성 및 추가 증인 신문 조율 등에 따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 될 것으로 보인다. 세무조사 결과 역시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한일시멘트는 올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3056억9000만원, 영업이익은 1817억9985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2.3%, 112.6%가 늘었다. 순이익의 경우 1317억8165만원으로 104%가량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시멘트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마냥 기뻐하긴 아직 이르다. 이런 분위기를 내년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멘트 업계의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설경기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월 누계 기준 전국 주택 착공가구수는 전년대비 57.2% 감소한 12만5000가구에 그쳤다. 환경문제 탈탄소 설비 확대 투자금 확보도 부담이다. 주요 경영진 관련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은 향후 경영전략 수립 및 실행 등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일시멘트는 주요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 관련 언급은 꺼리는 모습이다. 최근 진행중인 세무조사와 관련해선 확대 해석도 경계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히 언급할 만 한 내용은 없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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