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로컬리즘 투어의 찐 매력 '남원'…미식 열차에 몸 싣고, 지리산의 맛 기행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5-03-06 10:58


로컬리즘 투어의 찐 매력 '남원'…미식 열차에 몸 싣고, 지리산의 맛 기…
◇남원의 광한루에는 몇해전부터 원앙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잉어밥 하나면 쉽게 볼 수 없는 원앙이 뒤를 졸졸 쫓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남원은 지역 관광 1번지다. 춘향전이라는 굵직한 스토리를 품고 있는 '광한루'를 보기 위해 사람이 찾는다. 지리산이란 거대한 병풍, 동편제와 서편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판소리'까지 다양한 관광 콘텐츠는 다양하다. 여기에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황산대첩 등 숨은 전쟁 이야기 등 알수록 매력이 넘친다. 그런데 다양한 관광 콘텐츠에도 불구, 여수를 거처 가는 중간 관광지로서 인상이 강하다. 스토리가 있는 여행지로서 탄탄한 입지를 갖추고 있지만, 특정 관광지가 부각된 탓에 로컬리즘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펼치긴 힘들었을지 모른다. 관광지가 아닌, 남원만의 색을 찾아 떠났다. 눈과 입으로 즐기는 미식여행이다. 추어탕은 잊어라, 산과 강이 어우러진 남원의 먹거리는 생각했던 기대 이상이다. 광한루보다 빛나고, 강한 지역색을 품고 있는 남원 이야기. 부른 배를 '퉁퉁'치며 소화도 시킬 겸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니 어느덧 하루해가 저물고, 푹 자고 난 다음 날 새로운 맛에 대한 기대감에 하루의 시작은 경쾌하다.


로컬리즘 투어의 찐 매력 '남원'…미식 열차에 몸 싣고, 지리산의 맛 기…
◇남원 식전동 요천 삼거리 인근에는 더덕고추장장어구이를 판매하는 노포가 모여 있다. 현지인들은 각각의 노포를 찾아 더덕고추장장어구이와 함께 매기매운탕을 즐긴다.
▶ '1-DAY' 고추장더덕장어· 흑돼지의 색다른 변신

일반적으로 남원에 도착하면 첫 목적지로 광한루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터미널과 기차역과 지척이다. 여기에 남원의 대표 관광지로서 여행의 목표까지 달성할 수 있으니 더욱 그럴 게다. 광한루의 오작교와 몇 해 전부터 광한루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원앙'이 방문객을 반긴다. 쉽게 볼 수 없는 원앙은 방문객을 졸졸 따라다닌다. 잉어밥만 있으면 된다. 오작교와 광한루원, 춘향 사당 등 아름다운 풍경을 둘러보는 데 넉넉잡아 2시간이면 충분하다.

광한루를 둘러보고 나면 남원을 다 봤다는 생각이 든다는 게 현지에서 만난 한 관광객의 말이다. 추어탕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다음 여행지인 여수로 이동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며 서두른다. 같은 여행자지만, 맛있는 식사 한 끼 대접하지 못한 것 같아 못내 아쉽다. 먹는 즐거움도 여행에서 느끼는 특별한 재미가 아닌가.


로컬리즘 투어의 찐 매력 '남원'…미식 열차에 몸 싣고, 지리산의 맛 기…
◇남원은 낮보다 밤이 아룸다운 곳이다. 광한루를 중심으로 시내 곳곳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사진=김세형
남원 하면 추어탕이지만, 남원시 식전동 요천삼거리 인근에는 고추장더덕장어구이 노포가 여럿 모여 있다. 많은 가게 중 청룡가에 들어섰다. 특허를 받았다는 더덕고추장장어구이와 감칠맛이 뛰어난 메기매운탕 등이 대표 메뉴다. 더덕고추장장어구이는 기존에 즐겼던 소금구이나 양념구이와 조리법 자체가 다르다. 고추장 베이스 소스 장어를 돌판에 볶듯 구워내고 그 위에 생 더덕을 한가득 썰어 덮어준다. 달큰하고 매콤한 맛 뒤로 느껴지는 더덕의 쌉쌀함, 이놈이 요물이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장어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내는 매력을 갖고 있다. 청룡가 외에도 청룡집, 해용집, 삼포가든 등도 비슷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지만 맛은 제각각이다. 고추장더덕장어구이의 경우 청룡집은 부드러운 양념맛, 해용집은 맵고 칼칼한 맛이 특징이다. 각각의 노포들은 인근 천변에서 잡은 매기매운탕도 선보이고 있다. 칼칼함 대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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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운봉 동편제 마을에 있는 더찹샵은 지리산흑돼지를 이용해 사퀴테리를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대를 아어 운영되는 더찹셥은 형인 박자연 대표가 가공을 책임지고 있고, 동생인 박정원이 농장을 맡고 있다. 사진=지엔씨21
부른 배를 부여잡고 지리산 자락 운봉면 동편제의 마을로 향한다. 동편제의 마을에는 황산대첩비지가 있다. 황산대첩비지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전 1380년(고려 우왕 6) 왜구가 경상도와 전라도에 대거 침입하자 양광·전라·경상도의 순찰사로 뛰어난 전술과 사술로 적을 무찔러 공을 세운 것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황산대첩비지 옆에 흐르는 람천 주변에 벚꽃이 만다고하니 봄철 한적하게 꽃놀이를 하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동편제의 마을에선 특별한 흑돼지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흑돼지 샤퀴테리다. 샤퀴테리(Charcuterie)는 햄, 소시지, 하몽 등 육가공품을 뜻한다. 지리산 자락 운봉면 동편제 마을의 더찹샵은 국내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흑돼지 전문 샤퀴테리아(육가공장)다. 더찹샵은 농장부터 사퀘테리아까지 가족이 함께 경영한다. 직접 키운 흑돼지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판매까지 이뤄지는 수직 구조를 갖췄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해발 500m 고원에서 흑돼지를 키우는 농장에서부터 발효 가공까지 하는 샤퀴테리아로 동생 박정원이 농장을 맡고 형인 박자연 대표가 가공을 책임진다. 더찹샵에선 하몽을 비롯해 생햄 잠봉, 살라미, 초리조, 소시송 등 부위 별로 다양한 샤퀴테리를 만들어 낸다. 더?샵은 직접 소시지, 살라미, 하몽 제조 체험 등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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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역 영상촬영장은 아담한 크기의 목조건물인 구 서도역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봄철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사진제공=지엔씨21
서도역 영상촬영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폐역인 구 서도역에 있다. 2002년 전라선 기차역이 옮겨 가면서 영상촬영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1930년대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철도 관련 근대문화유산으로,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서도역을 찾은 뒤, 광한루와 인근 산책로를 걷다 보면 남원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로컬리즘 투어의 찐 매력 '남원'…미식 열차에 몸 싣고, 지리산의 맛 기…
◇남원의 아침은 다슬기탕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남원식 다슬기탕은 국내산 다슬기를 맑게 끓여내 원재료의 맛에 충실하다. 사진제공=지엔씨21

▶'2-DAY' 다슬기·추어탕, 빵지순례 '현지인 따라잡기'

남원은 중장년이 즐겨 찾는 만큼 건강한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남원시내 금동에 위치한 맑은뜰은 모든 메뉴가 죄다 다슬기 요리다. 다슬기는 간 해독성분이 있어 보통 아침에 많이들 찾는다. 소금 간에 부추만 넣고 끓이거나 달걀물을 입혀 된장국을 끓이는 등 다양한 지역별 요리법이 있지만 통통한 국내산 다슬기를 맑게 끓여내는 방식은 남원식이다. 맑은뜰에는 다슬기로 부쳐낸 전이며 장조림은 물론 다슬기 닭백숙도 심지어 다슬기를 넣은 오리전골도 있다. 추어탕도 그냥 지나치긴 아쉽다. 남원식 추어탕은 미꾸리를 갈아 된장을 풀고 들깻가루를 넣은 육수에 시래기를 듬뿍 넣고 팔팔 끓여낸다. 요천 변에 커다란 미꾸라지 캐릭터를 세워놓은 추어탕 거리가 형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시내 어느 곳을 다녀보더라도 추어탕 집이 먼저 눈에 띈다. 현지인이 즐겨 찾는 집으로는 남원 죽항동 황토식당이 있다. 남원의 서남만찬의 오징어볶음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탱글탱글한 오징어에 양파, 콩나물과 비법 양념 소스를 넣고 철판에 졸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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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룡산성은 산곡동에 있는 곳으로 현지인들이 종종 찾는 등산로다. 등산로를 다 오를 필요 없이, 초입에서 웅장한 성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속을 든든하게 채웠으니 다시 여행이다. 남원시 산곡동에 돌로 쌓은 교룡산성은 해발 518m인 험준한 교룡산을 에워싼 것으로 둘레는 3.1km에 이른다. 산 중턱에 성벽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으며, 동쪽에 계곡이 있어 그곳에 반월 출입문을 두었다. 가벼운 산책코스로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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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남원시가 직접 운영하는 공립미술관이다. 남원 출신 김병종 작가의 작품과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뉴미디어를 도입,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남원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립미술관으로 지역 출신 작가들의 전시 공간 마련해 지역 미술의 특성을 알리고 있다. 남원의 색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곳이란 얘기다. 남원 출신의 김병종 작가가 본인의 대표작을 남원시에 대량 기증하면서 콜렉션의 기반을 갖췄다. 약 2000권의 미술·문학·인문학 관련 도서가 비치된 북카페는 소박하지만, 주변 풍경과 함께 조화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로컬리즘 투어의 찐 매력 '남원'…미식 열차에 몸 싣고, 지리산의 맛 기…
◇카페 노슈가는 설탕을 쓰지 않고 속 편하고 건강한 맛을 추구한다. 빵의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내놓은 빵은 저마다 맛이 뛰어나다. 사진제공=지엔씨21
이곳 저것 둘러 보다 보면 출출해지기 마련. 전국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빵지순례를 떠나보자. 농협창고 건물을 현대식으로 리뉴얼해 베이커리 카페로 변신한 카페 노슈가(하주로 1184)는 2023년 행안부 농촌살리기 공모사업으로 조성한 곳으로 직접 구워 만드는 다양한 빵이 맛이 좋아 벌써 입소문을 탄 곳이다. 설탕을 쓰지 않고 속 편하고 건강한 맛을 추구한다. 쌀스틱빵과 현미초콜릿빵, 소금빵, 마들렌, 쌀식빵 등 빵 종류와 함께 다양한 음료도 판매한다. 원래 창고건물이었던 지라 층고가 높은 실내에서 전원적 풍경을 바라보며 쉬어가기에 좋다.


로컬리즘 투어의 찐 매력 '남원'…미식 열차에 몸 싣고, 지리산의 맛 기…
◇명문제과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즐겨 찾는 지역 빵집 중 하나다. 주말이면 아침 일찍 방문하는 하는 게 좋다. 사진제공=지엔씨21
명문제과는 남원을 대표하는 빵집이다. 생크림슈보르, 꿀아몬드, 수제햄빵 3가지 빵이 대표 메뉴다. 명문제과에서 구입한 빵은 근처 카페 떼루아와 굿바이스토리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하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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