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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은 지역 관광 1번지다. 춘향전이라는 굵직한 스토리를 품고 있는 '광한루'를 보기 위해 사람이 찾는다. 지리산이란 거대한 병풍, 동편제와 서편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판소리'까지 다양한 관광 콘텐츠는 다양하다. 여기에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황산대첩 등 숨은 전쟁 이야기 등 알수록 매력이 넘친다. 그런데 다양한 관광 콘텐츠에도 불구, 여수를 거처 가는 중간 관광지로서 인상이 강하다. 스토리가 있는 여행지로서 탄탄한 입지를 갖추고 있지만, 특정 관광지가 부각된 탓에 로컬리즘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펼치긴 힘들었을지 모른다. 관광지가 아닌, 남원만의 색을 찾아 떠났다. 눈과 입으로 즐기는 미식여행이다. 추어탕은 잊어라, 산과 강이 어우러진 남원의 먹거리는 생각했던 기대 이상이다. 광한루보다 빛나고, 강한 지역색을 품고 있는 남원 이야기. 부른 배를 '퉁퉁'치며 소화도 시킬 겸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니 어느덧 하루해가 저물고, 푹 자고 난 다음 날 새로운 맛에 대한 기대감에 하루의 시작은 경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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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DAY' 고추장더덕장어· 흑돼지의 색다른 변신
광한루를 둘러보고 나면 남원을 다 봤다는 생각이 든다는 게 현지에서 만난 한 관광객의 말이다. 추어탕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다음 여행지인 여수로 이동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며 서두른다. 같은 여행자지만, 맛있는 식사 한 끼 대접하지 못한 것 같아 못내 아쉽다. 먹는 즐거움도 여행에서 느끼는 특별한 재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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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른 배를 부여잡고 지리산 자락 운봉면 동편제의 마을로 향한다. 동편제의 마을에는 황산대첩비지가 있다. 황산대첩비지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전 1380년(고려 우왕 6) 왜구가 경상도와 전라도에 대거 침입하자 양광·전라·경상도의 순찰사로 뛰어난 전술과 사술로 적을 무찔러 공을 세운 것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황산대첩비지 옆에 흐르는 람천 주변에 벚꽃이 만다고하니 봄철 한적하게 꽃놀이를 하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동편제의 마을에선 특별한 흑돼지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흑돼지 샤퀴테리다. 샤퀴테리(Charcuterie)는 햄, 소시지, 하몽 등 육가공품을 뜻한다. 지리산 자락 운봉면 동편제 마을의 더찹샵은 국내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흑돼지 전문 샤퀴테리아(육가공장)다. 더찹샵은 농장부터 사퀘테리아까지 가족이 함께 경영한다. 직접 키운 흑돼지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판매까지 이뤄지는 수직 구조를 갖췄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해발 500m 고원에서 흑돼지를 키우는 농장에서부터 발효 가공까지 하는 샤퀴테리아로 동생 박정원이 농장을 맡고 형인 박자연 대표가 가공을 책임진다. 더찹샵에선 하몽을 비롯해 생햄 잠봉, 살라미, 초리조, 소시송 등 부위 별로 다양한 샤퀴테리를 만들어 낸다. 더?샵은 직접 소시지, 살라미, 하몽 제조 체험 등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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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AY' 다슬기·추어탕, 빵지순례 '현지인 따라잡기'
남원은 중장년이 즐겨 찾는 만큼 건강한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남원시내 금동에 위치한 맑은뜰은 모든 메뉴가 죄다 다슬기 요리다. 다슬기는 간 해독성분이 있어 보통 아침에 많이들 찾는다. 소금 간에 부추만 넣고 끓이거나 달걀물을 입혀 된장국을 끓이는 등 다양한 지역별 요리법이 있지만 통통한 국내산 다슬기를 맑게 끓여내는 방식은 남원식이다. 맑은뜰에는 다슬기로 부쳐낸 전이며 장조림은 물론 다슬기 닭백숙도 심지어 다슬기를 넣은 오리전골도 있다. 추어탕도 그냥 지나치긴 아쉽다. 남원식 추어탕은 미꾸리를 갈아 된장을 풀고 들깻가루를 넣은 육수에 시래기를 듬뿍 넣고 팔팔 끓여낸다. 요천 변에 커다란 미꾸라지 캐릭터를 세워놓은 추어탕 거리가 형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시내 어느 곳을 다녀보더라도 추어탕 집이 먼저 눈에 띈다. 현지인이 즐겨 찾는 집으로는 남원 죽항동 황토식당이 있다. 남원의 서남만찬의 오징어볶음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탱글탱글한 오징어에 양파, 콩나물과 비법 양념 소스를 넣고 철판에 졸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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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