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MBK)의 수난 시대다. 2005년 설립 이후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에 집중투자하며 글로벌 사모펀드로 성장했지만,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따른 책임론이 불씨를 지폈다. '차입금으로 홈플러스를 인수 후 점포 매각과 배당을 통한 원금 회수에 나섰다'는 비난이 거세지는 상황. 자구 노력의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다방면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회생 방안 마련을 앞세워 본사 앞에서 집단 시위를 예고했고, 정치권에서도 경영진의 도덕성과 사모펀드의 폐해 등을 지적하고 나섰다.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등 사정당국까지 개입, 홈플러스 관련 각종 논란 사안에 대해 조사와 검사를 시작했다. MBK는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등을 내세워 홈플러스 경영정상화 지원에 나선다며 사태 진압에 나섰지만, 정확한 지원 규모 등은 밝히지 않고 있어 오히려 비난여론을 더 키우는 모습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병주 MBK 회장은 지난 16일 홈플러스 생존 자구책 마련 일환으로 사재 출연 의사를 밝혔다. 사모펀드 운용사 수장이 기업 경영에 책임지기 위해 재정 지원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8일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향 조정됨에 따라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고,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동시에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후 홈플러스 영업 정상화에 대한 의심이 확산하며 협력업체들은 정산이 늦어지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채권자들 사이에선 최대주주가 자구 노력 없이 채무 탕감을 노리고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며 MBK에 대한 세간의 비난이 쏟아졌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6000억원 가량의 금융채권 등에 대한 책임론까지 더해져 비난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특히 국회에서 MBK와 김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무위원회가 18일 진행한 홈플러스와 관련한 현안 질의 증인으로 채택된 김 회장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일각에선 청문회 및 국정조사와 함께 MBK의 자금 흐름 조사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내놓기도 했다.
홈플러스 노조 역시 MBK는 투기 자본이라고 비판하며, 경영정상화를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5월 1일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 3000여명이 집결, 공정한 회생 계획 마련을 촉구하는 '국민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파트너스는 우량기업이던 홈플러스를 의도적으로 부실기업울 만들고 투자금 회수를 위한 청산을 목적으로 회생절차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1년 중 매출이 가장 높은 '홈플런' 행사 직후 회생을 발표해 납품을 지연시키고 온라인 배송 상품 출고를 막아 매출을 급격히 위축시켰다는 설명이다.
또 "고의적인 경영 악화 조장 행위로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 업주 등 수많은 이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고, MBK파트너스가 회생 발표 전에 자금을 출연했다면 과연 현재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왔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MBK파트너스가 추진하는 자산·사업부 매각 방식의 회생 계획은 사실상 회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청산의 길로 몰아가는 것으로 즉각적인 회생절차 철회와 실질적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재출연 의사를 밝힌 지 10여 일이 지났지만 MBK는 김 회장의 사재출연과 관련한 규모, 시기 등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업계를 중심으로 3000억원부터 1조원 등 사재출연 규모 소문 등이 무성한 것과 달리 정착 MBK는 '검토중'이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고 있다. 김광일 MBK부회장은 지난 18일 정무위 긴급현안 질의에 참석, 김 회장의 사재 출연 규모와 시기 등을 묻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현재 홈플러스와 규모 및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