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역대 대선 '기호 1번' 후보 여야 비율 비슷해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대선 후보의 기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뉴스 댓글에서는 "대선 기호 1번은 항상 여당 후보가 차지한다", "국회 다수당 소속 후보가 대선 기호 1번이다" 등의 엇갈린 의견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선 기호 1번은 국회 의석수가 가장 많은 정당의 후보에게 주어진다. 여당 여부와 상관없이 국회에서 제1당이 누구냐가 기준이 된다.
이처럼 대선 후보 기호는 국회 의석수에 따라 배정되며, 원내 정당 후보가 앞번호를 받고 그 뒤에 원외 정당이 정당명 가나다순으로 기호를 부여받는다.
◇ 등록 마감일 기준 국회 제1당 후보가 '기호 1번'
우리나라 대선 후보의 기호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
정당과 후보자의 게재 순에 관한 정치적 규범을 명시한 공직선거법 제150조는 후보 기호 배정의 핵심적인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후보 기호는 국회에 의석을 가진 정당(원내정당) 추천 후보, 국회에 의석이 없는 정당(원외 정당) 추천 후보, 무소속 후보 순으로 배정된다.
원내정당의 경우 후보 등록 마감일 현재 국회 의석을 가장 많이 가진 정당의 후보가 대선 기호 1번을 부여받고 이후 의석수 순으로 기호가 배정된다. 만약 의석수가 같은 정당이 둘 이상일 경우에는 직전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대표 득표수 순으로 기호 순번이 결정된다.
이런 방식은 국회 내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정당에 우선적인 기호를 부여해 선거 과정에서 인지도와 투표 편의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이 반드시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기호 1번이 항상 여당 후보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국회에 의석이 없는 원외 정당의 후보에게는 원내정당 후보 이후 기호가 배정되며 그 순서는 정당 명칭의 가나다순으로 결정된다. 이는 원내 영향력이 없는 소규모 정당들에 공정한 기회와 순서를 제공하기 위한 규정이다.
무소속 후보들은 모든 정당 후보자의 기호 배정이 완료된 후 이름 가나다순으로 게재한다. 이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 역대 대선 기호 1번 후보는 여야 비율 비슷해
우리나라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기호 1번 후보가 항상 여당 소속은 아니었다. 오히려 여당과 야당 후보가 거의 비슷한 비율로 기호 1번을 차지했다.
간선으로 치러진 대선(1960년 8월, 1972년, 1978년, 1979년, 1980년, 1981년)과 자료 부족으로 분석에서 제외된 대선을 제외하고 총 13번의 대선을 분석해보니 기호 1번을 부여받은 후보는 여당 소속이 6명, 야당 소속이 7명이었다.
초기 선거인 제2대(1952년)와 제3대(1956년) 대선에서는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자유당의 이승만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였던 조봉암이 연이어 기호 1번을 받았다. 이는 정당 소속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들이 많았던 당시 대선의 특성상 후보 등록 순서에 따라 조봉암 후보가 먼저 등록해 기호 1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제6대(1967년) 대선에서는 정의당의 이세진 후보가 기호 1번을 받았고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공화당의 박정희 후보는 기호 6번으로 출마했다. 이는 당시 후보 기호가 정치적 영향력이나 지지율과 상관 없이 제비뽑기 방식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박정희 후보는 기호 6번으로 당선됐다.
최근에는 국회 의석 분포에 따라 대통령 후보의 기호가 결정되는 방식으로 정착됐다. 이는 직전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를 반영해 원내 의석수가 많은 정당의 후보에게 앞선 기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2017년 대선에서는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기호 1번을 받은 후 당선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제20대(2022년) 대선에서는 직전 총선 결과에 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기호 1번을 받았다. 윤석열 후보(국민의힘)는 기호 2번, 심상정 후보(정의당)는 기호 3번, 안철수 후보(국민의당)는 기호 4번, 허경영 후보(국가혁명당)는 기호 5번을 받았고 윤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역대 대선 후보 기호가 가장 많았던 때는 언제일까.
바로 제20대(2022년) 대선으로 기호 1번부터 14번까지 총 14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반면 제13대(1987년) 대선은 기호 1번부터 5번까지 5명의 후보로 가장 적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 정당별 대선 후보 기호 부여 방식에 헌재 '합헌'
공직선거법 제150조는 정당의 국회 의석수에 따라 후보에게 숫자 기호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정당별 후보에 기호를 부여하는 방식이 평등권을 침해되는지와 관련해 기호 부여 방식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가 불리하게 기호를 배정받았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헌재는 기호 부여가 선거의 효율성과 유권자 편의를 위한 합리적인 제도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기호 부여 방식이 일부 정당에 불이익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평등권 침해로 판단하지 않았다.
2007년에는 무소속 후보와 정당 후보 간 기호 부여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헌재는 무소속 후보 수가 적고 제도적 차이가 선거 제도의 본질적 평등을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해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2013년에는 소수 정당인 녹색당이 숫자 기호 제도가 유권자에게 특정 후보를 더 눈에 띄게 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숫자 기호 부여 방식이 정당 간의 평등을 침해하지 않으며 유권자의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며 합헌 결정을 다시 내렸다. 숫자 기호는 유권자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봤다.
2020년대 들어서도 선거 기호 부여 방식과 관련해 무작위 추첨과 가나다순 부여 방식의 공정성 문제 그리고 소수 정당 및 무소속 후보자에 대한 차별 문제 등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 기호 부여 방식은 법률과 선거 관리규칙에 의해 규정돼 있으며 유권자 알 권리와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합리적 수단임을 헌재는 재확인하고 있다.
◇ 미국 대선 후보 기호는 주별로 달라
그렇다면 미국 등 다른 주요국은 대선 후보의 기호를 어떻게 정할까.
미국은 대통령 선거의 투표용지 게재 순서 및 후보자 소속 정당 표시는 연방 차원의 규정보다는 주별 법률에 따라 결정된다.
일부 주에서는 현직 대통령이나 주요 정당 후보를 먼저 배치하기도 하고, 일부 주에서는 직전 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정당 후보를 먼저 기재하기도 한다. 후보 이름을 알파벳 순서로 배열하거나 무작위 추첨 방식을 사용하는 주도 있다.
이처럼 미국은 대선 후보 기호 배정에 있어 전국적인 통일된 기준 없이 각 주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는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는 500명 이상의 선출직 공무원의 추천을 받은 후보들이 투표용지에 오르게 되는데 이들의 순서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 결정된다. 이는 투표용지 순서로 인한 유불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식이다.
캐나다는 연방 선거에서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우편 투표의 경우 후보 이름을 직접 써넣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유권자가 후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투표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president21@yna.co.kr
<<연합뉴스 팩트체크부는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factcheck@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