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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 이후 中콘서트 첫 허가…中 "韓과 문화교류에 개방적"(종합)

기사입력 2025-04-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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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보이그룹 이펙스 내달 푸저우서 콘서트…차츰 폭 넓혀가는 '한한령 완화'

韓中관계 개선도 탄력받을 듯…中외교부 "양국 영역별 교류·협력 발전 희망"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지방정부가 전원 한국 국적으로 구성된 K팝 아이돌 그룹의 단독 콘서트를 허가하면서 9년을 끌어온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완화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 남동부 푸젠성 푸저우시 문화여유국(문화관광국)은 지난 25일 한국 8인조 보이그룹 이펙스(EPEX)의 내달 31일 현지 콘서트 '2025 EPEX 3rd 콘서트 청춘결핍 in 푸저우'를 정식 허가했다.

허가 결정문에 따르면 공연 장소는 푸저우시 대학성(大學城)문화예술센터로 이펙스는 '유니버스', '락다운', '말할 수 있는 비밀' 등 19곡을 부를 예정이다.

해당 공연장은 1천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2016년께부터 한국 음악·드라마·영화 등을 제한하는 '비공식적 보복 조치' 한한령을 적용해왔고, 이후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의 중국 공연은 허가되지 않았다.

그간 외국 국적 K팝 스타들은 중국 TV 프로그램 등에 종종 얼굴을 비췄지만, 멤버 전원이 한국 국적인 K팝 그룹이 현지에서 '상업 공연' 성격의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는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풀리기 시작했고, 중국은 올해 초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적극적인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동맹국까지 거세게 압박하는 트럼프식 대외 정책이 중국과 막대한 경제 교류 규모를 유지해온 이웃 한국과의 관계를 푸는 데 오히려 긍정적 환경을 만들어준 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작년 말 한국을 무비자 입국 허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계엄·탄핵 정국 속에 방중한 우원식 국회의장을 정상급으로 예우하면서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을 고려 중이라는 뜻을 직접 밝혔다.

특히 시 주석은 우 의장이 "중국에서는 한국 관련 문화콘텐츠를 찾기 어렵다. 문화 개방을 통해서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호 감정을 갖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언급하자 "문화 교류는 양국 교류에 매력적 부분"이라며 "(교류)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렇게 중앙 차원에서 한중 관계 개선과 문화 교류 활성화 메시지가 나오자 정치·사회적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따지면서 수도에서 먼 지방, 소규모, 비공식부터 시작해 폭과 깊이를 차츰 확대하는 중국 특유의 '점진적 개방'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작년 말과 올해 1월 싱어송라이터 '검정치마'(한국 이름 조휴일)가 산시(陝西)성 시안과 후베이성 우한, 허난성 정저우 공연을 허가받았으나, 검정치마의 국적은 미국이었다.

이달 12일에는 한국 국적의 3인조 래퍼 '호미들'이 후베이성 우한에서 봄 투어 '형제들' 첫 공연을 열었고, 같은 날 남부 하이난성에선 트로트 가수 윤수현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두 공연은 한국 국적 가수의 중국 공연이기는 했지만, 공연 성격은 제한적이었다.

'호미들' 공연은 정식 상업 공연이 아닌 한중 청소년 교류 행사의 하나로 중국 가수들과 함께 한 것이었고, 윤수현 무대는 양국의 유명 휴양지인 제주도와 하이난성 자매결연 30주년 기념행사의 일부였다.

이런 점에서 이펙스가 25일 받은 '상업 공연'(營業性演出·commercial performance) 허가는 한국 가수의 본격적인 중국 공연으로 한발짝 더 나아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대형 기획사 소속 톱스타들의 경우 최소 1만∼2만석 이상 대형 공연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한한령 해제'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려면 현지 당국의 대규모 공연 허가 여부가 관건이라는 것이 가요계 중론이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펙스의 공연 여부와 지난 9년 동안 K팝 콘서트가 없었던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나는 그 공연에 관한 구체적인 상황은 모른다"며 "우리는 한국과 유익한 문화 교류·협력을 전개하는 것에 개방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한국이 중국과 함께 노력해 양국의 영역별 교류·협력에서 발전을 추동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xin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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