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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안전 긴급진단] ① 꼬리 무는 강력사건…학교, 안전지대 아니다

기사입력 2025-04-30 07:12

학생 흉기난동·초등생 살해 교사·교사 흉기 피습 등에 불안감 확산

학부모들 "학교 보내기 겁나" 걱정…교원단체 "제도 수술 계기 삼아야"

[※ 편집자 주 = 지난 28일 청주에서 특수교육 대상 고교생이 교내외에서 흉기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 사건으로 교장 등 교직원과 일반 시민을 포함해 6명이 부상해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김하늘 양 피살 사건의 아픔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충격을 더했습니다. 학교는 우리 사회를 짊어질 아이들이 배움을 통해 꿈을 키워나가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어야 하지만, 강력 사건이 끊이지 않아 교육가족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학교 안전에 대한 현주소를 짚어보고, 안전한 학교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전문가 등의 제언을 소개하는 3편의 기사를 다음 달 2일까지 3일간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그 어느 곳보다 견고해야 할 학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다수를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거나 교사로부터 습격당한 어린 학생이 숨지는 등 교내 강력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애들 학교 보내기 겁난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28일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1교시 수업 시작 직후 특수교육 대상 학생인 A(18)군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려 학교 관계자 등 6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 불특정 다수를 노린 계획범죄였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A군은 사건 당일 특수학급 교실에서 완력으로 상담교사의 목숨을 위협했고, 이후 복도로 나와선 미리 준비해 간 흉기로 교장과 환경실무사, 행정실 주무관의 복부, 가슴 등을 찔러 중상을 입혔다.

교내 난동 뒤에도 A군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학교 밖에서 배회 중 마주친 주민 2명에게 위해를 가하고, 인근 공원 저수지에 뛰어들었다가 119구급대에 구조돼 경찰에 인계됐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학교생활이 힘들어 꾹꾹 참다가 폭발했다"면서 학교에서 마주치는 사람에게 해코지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을 계획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A군의 가방에서 둔기 등 다수의 흉기가 나왔고, 집에선 범행을 암시하는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A군에 대해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이다.

불과 두 달 앞선 지난 2월 10일에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가 8살 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우울증 문제로 휴직했던 교사 명재완(48)은 지난해 12월 복직한 후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 당일 그는 돌봄교실에서 마지막으로 나오는 김하늘 양을 시청각실 안으로 유인해 흉기로 살해했다.

가정불화에 따른 소외, 성급한 복직에 대한 후회, 직장 부적응 등으로 인한 분노가 증폭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보다 약자인 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이상동기 범죄'가 학교 내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전 국민은 분노했다.

같은 대전에선 한 20대가 피해망상에 시달리다 고등학교 시절 교사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하려 한 사건도 있었다.

2023년 8월 4일 오전 10시께 유모(29)씨는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40대 교사 B씨의 얼굴과 옆구리 등을 흉기로 10여 차례나 찌르고 달아났다

크게 다친 B씨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범행 3시간여 만에 붙잡힌 유씨는 조현병의 영향으로 고교 재학 시절 피해자를 비롯한 교사들이 자신을 집단으로 괴롭혔다는 망상에 시달렸고, 대전 소재 고교 홈페이지의 교직원 명단을 검색해 피해자가 근무하는 학교를 알아낸 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 넘겨진 유씨는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13년형이 확정됐다.

2023년 11월 15일에는 경기 남양주 소재 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흉기를 휘둘러 주변 학생 3명이 다쳤고, 지난해 7월 광주와 12월 경기 안산에서는 중학생이 교내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불특정 다수를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외에도 지난달 18일 청주의 한 학교에서 일상생활 지도 중인 여교사를 폭행한 특수학급 중학생이 강제전학 조처되는가 하면, 이달 10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이 수업 시간 중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다가 이를 지적하는 교사의 얼굴을 폭행해 큰 논란이 됐다.

이처럼 계속되는 교내 강력 범죄로 학생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청주에 거주하는 학부모 박모(55)씨는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살인과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지니 아이를 보내기가 겁난다. 내 아이도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교육 당국의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영미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법률적·행정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관리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선제 조치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학교 구성원 모두가 책임성을 가지고 안전 관리에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교원단체는 관계 당국이 학교 구성원의 안전이 위협받는 현 상황을 개선하고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원화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은 "2023년 7월 노조에서 교사 3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89%가 학생의 이상행동으로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며 "교사 역시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전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사건을 단순한 개별 사고로 치부하지 말고 유사 사례 예방을 위한 법·제도적 대수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모든 교원이 안전하게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학생들의 교육권도 보호받을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 역시 "고교생 흉기 난동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난 사실은 학교가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점"이라며 "교육 당국은 학교 현장을 꼼꼼히 살피고 교직원과 학생 모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jeonch@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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