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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절반 가량은 맞벌이…600만 가구 넘어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은 가운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혼해서 맞벌이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 됐다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와있다.
과일 및 채솟값 등 식료품 물가가 오르는 데다 주거비 폭등, 살인적인 사교육비 등으로 외벌이 가구가 제대로 생활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부부 2쌍 중 1쌍은 맞벌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 맞벌이 부부가 이렇게 많은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제적 필요성과 성 역할의 변화 등으로 실제로 우리나라 부부의 절반가량은 맞벌이를 하고 있으며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맞벌이 부부가 얼마나 늘어왔고 트렌드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검증해봤다.
◇ 남편 외벌이에서 부부 맞벌이로…한국 사회 변모
맞벌이 부부란 부부 양측 모두가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 등 유급 노동에 참여해 소득을 창출하는 가구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남편이 경제활동을 하고 아내가 가사를 전담하는 '단일 소득' 가구 모델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걸친 변화와 여성의 교육 수준 및 경제활동 참여 확대에 따라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추세다.
맞벌이 부부의 역사적 기원을 따져보면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는 유교적 가치관에 따라 남편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아내는 가정과 자녀 양육에 전념하는 역할 분담이 일반적이었다. 경제 활동은 주로 남성의 영역으로 인식됐으며 여성의 외부 노동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사회구조를 변화시켰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도시화 및 근대화가 진행됐다. 이와 함께 여성의 교육 기회가 확대되고 경제적 필요성 및 사회적 변화에 힘입어 일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경제 발전을 위해 산업 현장의 노동력 수요에 대응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유도했다. 이 시기에는 아직도 대다수 가구에서 남편의 단일 소득 모델이 유지됐지만 맞벌이 부부가 조금씩 생겨났다.
1990년대 들어 여성의 고등교육 진학률이 급증하면서 전문직과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가 활발해졌다.
이와 동시에 생활비 상승, 주거비 부담 등 경제적 압박이 커지면서 단일 소득으로는 가계 유지가 어려워지자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됐다.
전통적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완화되고, 부부 모두 개인의 경력과 자기실현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산하면서 맞벌이 문화는 단순한 경제적 필요를 넘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게 된 영향도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맞벌이 부부를 볼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이 육아휴직, 탄력근무제, 보육시설 확충 등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면서 맞벌이 부부가 일과 가정을 효율적으로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맞벌이 부부는 전통적인 남편 위주의 단일 소득 체제에서 벗어나 경제적 필요성과 여성의 사회진출, 그리고 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라 부부 모두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새로운 가족 모델로 자리 잡게 됐다.
◇ 부부 절반가량은 맞벌이…600만 가구 넘어
1960~70년대 산업화와 1990년대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화 그리고 21세기의 제도 개선으로 우리나라에서 맞벌이 부부의 비중은 늘고 있다.
통계청의 e-나라지표에 의하면 전국의 부부 가운데 맞벌이 비중은 2013년 43.3%, 2014년과 2015년 각각 44.2%, 2016년 45.3%, 2017년 44.3%, 2018년 46%, 2019년 45.5%, 2020년 45.0%, 2021년 45.9%, 2022년 46.1%를 기록했다. 이어 2023년에는 48.2%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부부 절반가량은 맞벌이하는 셈이다.
통계청의 '2023년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 중 동거 맞벌이 가구는 530만2천 가구로 전년보다 17만8천 가구 늘었다. 비동거 맞벌이는 81만2천 가구로 9만1천 가구가 늘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주말 부부' 등으로 같이 살지 않으면서 수입 활동을 하는 부부가 급증했다는 의미다.
전체 맞벌이 가구 수는 2015년 537만 가구, 2016년 553만5천 가구, 2017년 544만6천 가구, 2018년 568만4천 가구, 2019년 568만 가구, 2020년 567만5천 가구, 2021년 582만6천 가구, 2022년 584만6천 가구, 2023년 611만6천 가구였다.
연령별 맞벌이 부부 비중을 보면 30~39세 부부의 경우 2022년 전체의 50.1%가 맞벌이를 하고 있어 전년의 42.8%에 비해 급증했다. 2022년 연령대별 맞벌이 비중이 가장 높은 세대는 40~49세와 50~59세로 각각 전체의 55.2%에 달했다. 부부 중 맞벌이 비중이 가장 낮은 연령대는 60세 이상으로 전체의 31.1%였다.
2023년 하반기에 18세 미만 자녀를 둔 부부 중 맞벌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56.8%로 역대 최대였다.
막내 자녀의 연령별로 보면 6세 이하인 경우 맞벌이를 하는 비중이 51.5%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자녀가 어린 경우에도 맞벌이하는 부부가 늘고 있는 셈이다. 7∼12세 자녀를 둔 부부의 58.6%, 13∼17세 자녀가 있는 부부의 62.6%는 맞벌이를 해 자녀 연령이 올라갈수록 맞벌이하는 비중이 늘었다.
자녀 수별로 보면 1명인 경우 맞벌이 비중이 57.2%, 2명일 때 맞벌이 비중은 57.0%였다.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 맞벌이 비중은 53.1%로 2명 이하일 때보다 낮았다.
통계청의 '2023년 신혼부부 통계 결과'에 의하면 초혼 신혼부부 중 맞벌이 부부 비중은 58.2%로 전년보다 1.0% 포인트(p) 상승했다. 혼인 1년 차의 맞벌이 비중이 61.8%로 가장 높았다. 혼인 연차가 높아질수록 맞벌이 비중은 작아져 결혼 5년 차에는 54.9%까지 떨어졌다.
맞벌이 초혼 신혼부부의 평균소득은 8천972만원, 외벌이 부부는 5천369만원으로 소득 차이가 컸다.
통계청의 '2022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 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에 따르면 지역별로는 맞벌이 가구 비중이 제주(63.5%), 전남(56.4%), 세종(55.8%), 충남(53.4%), 충북(52.9%), 대전(45%) 순으로 컸다.
이 가운데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가 8개 특별·광역시 중 맞벌이 가구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맞벌이 비중 증가율이 전국 17개 시도 중 1위였다.
◇ 맞벌이 부부 스트레스↑…불면증·불안감까지
이처럼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는 것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더불어 가구의 경제적 부담 증가, 사회 문화적 변화가 주요인이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 증가와 함께 전문직 및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취업 기회가 확대됐고 결혼 후에도 개인의 경력과 경제적 독립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큰 요인은 물가 상승과 주거비 부담 등으로 단일 소득으로는 생활 유지가 어려워진 점이 맞벌이를 촉진했다.
'남편이 돈 벌고 아내가 집안을 돌본다'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부부가 함께 경제활동을 하는 문화가 일반화됐다. 기업 및 사회의 유연 근무제 확대로 맞벌이 부부가 일과 가정 양립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영향도 있다.
그럼에도 맞벌이 부부는 가사 및 육아 부담, 경제적 압박 등의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부부 모두 일하다 보니 가사, 육아, 개인 시간 관리가 어렵고 성역할 분담 문제로 부부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전히 미흡한 남편의 가사 참여로 많은 여성이 가사와 육아의 부담을 혼자 지고 있고 이는 이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맞벌이해도 고정 지출이 커서 경제적 스트레스가 존재하며 특히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의 경우 안정적인 소득 확보에 애로가 있다.
맞벌이 부부의 스트레스는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서울연구원이 '2023년 서울양육자서베이'와 서울 영유아 양육 여건·양육자의 정신건강 양육 스트레스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서울 워킹맘·워킹대디의 현주소' 인포그래픽스를 발행했는데 서울 맞벌이 가정의 24%가 우울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면증과 불안감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20.8%, 15.8%로, 8.6%는 자살 생각까지 한 적이 있었다.
맞벌이 부부는 사회·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육아·돌봄에 힘들어했다. 결혼 적령기 청년 15.8%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암울한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최근 3개월간 일·생활 균형 정도를 물은 결과 워킹맘의 43.7%와 워킹대디의 38.8%는 '일에 치이다 보니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잊을 때가 있다'고 했다. 워킹맘·대디 10명 중 3명은 퇴근 후에도 일 걱정을 했다. 일과를 보면 워킹맘은 가사·자녀 돌봄, 워킹대디는 직장생활·경제활동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다.
가사·자녀 돌봄은 워킹맘 3.4시간, 워킹대디 1.8시간으로 여성이 남성의 거의 2배였다. 직장생활·경제활동은 워킹맘 7.5시간, 워킹대디 8.9시간이었다.
◇ 주요국도 맞벌이 부부 보편화…정책 지원 확대
각국의 지원 체계와 문화 차이가 있지만 주요국들의 맞벌이 부부 비중은 대체로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편이다.
리투아니아,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스웨덴, 이탈리아의 경우 부부 중 맞벌이 비중이 전체의 70% 이상이며 싱가포르도 50%가 넘는다.
중국은 맞벌이 가구의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도심 지역에서는 경제적 필요와 여성의 높은 노동참여율로 인해 대다수 부부가 맞벌이 형태를 띠고 있다.
나무위키에 의하면 중국의 맞벌이 부부 비율은 76%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베트남이 74%, 미국이 65%, 일본이 58%였다.
고용노동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국가에서 만 0~14세 자녀를 둔 부부의 평균 맞벌이 비율은 58.5%였고 한국은 29.4%였다.
외국도 저출생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맞벌이 부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다.
현재 영국에서 3∼4세 유아를 둔 맞벌이 부부(소득 기준 있음)는 주당 30시간의 무상 보육 서비스를 받는데 2세 유아를 둔 부부도 주당 15시간 보육 서비스를 받는다.
영국은 이 서비스를 점차 확대해 9개월∼취학 연령 사이의 아이들에게 주당 30시간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정부도 다양한 맞벌이 부부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고 보육시설 확충, 보육료 지원, 돌봄 서비스 강화 등을 시행하고 있다. 기업에 가족 친화적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주택자금 대출 및 금융 상품을 확대하고 자녀양육비공제, 주택 구입 시 세제 혜택 등 재정 지원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근로 시간 단축, 재택근무, 탄력 근무제 등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 여성 경력 복귀 지원 프로그램 및 직무 재교육도 마련하고 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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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