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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서 보험 판매 확대, 자산운용에 보험 자산 위탁" 전략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채새롬 기자 = 우리금융지주가 우여곡절 끝에 생명보험사 인수 절차를 일단락 지으면서 종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주춧돌을 놨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임기 초부터 수익 창출력 강화를 위해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과제로, 보험사 인수는 핵심 퍼즐 조각으로 여겨져 왔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킨 데 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품은 우리금융이 향후 계열사 간 시너지로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 극심한 진통 끝 인수 매듭…"당국에 깊이 감사"
금융위원회는 2일 우리금융의 동양생명과 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지난해 8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한 지 8개월여 만이다.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들과 달리 은행 순이익 비중이 90% 안팎으로 유독 높은 탓에 사업다각화를 위해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여러 차례 추진했다.
지난해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막판까지 검토하다 포기하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 인수하기로 방향을 튼 것은 회심의 카드였다.
그러나 보험사 인수의 마지막 단추를 끼우기까지 극심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인수 발표 직후 불거진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은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내는 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 이슈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전·현직 경영진의 법적 책임론이 비등했고, 보험사 인수 자격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했다.
우리금융 정기 검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매운맛'을 예고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행보는 임 회장을 겨냥한 노골적 퇴진 압박으로 비치기도 했다.
올해 8월까지 인수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우리금융은 인수가액(1조5천500억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었다.
장기 교착에 빠지는 듯했던 인수 절차는 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 2월 이 원장과 임 회장이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며 극적으로 봉합, 다시 물꼬가 트였다.
우리금융은 전사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보완하고, 자본 비율 관리를 강화하면서 당국의 한층 누그러진 기류에 화답했다.
이날 조건부 승인에도 "금융당국이 면밀한 심사를 거쳐 자회사 편입을 승인해준 데 깊이 감사드린다"며 "혁신 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우리금융은 "당국과 시장의 믿음에 보답하겠다"며 거듭 자세를 낮췄다.
◇ 전방위 혁신안 발표…신속·정확 보험 서비스 청사진도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 승인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5년 동안 외부 전문기관 컨설팅을 받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인프라를 정비하는 데 1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주 산하 준법 부문을 확대하고, 소비자보호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선제적인 금융사고 예방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회장 3연임 시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을 필요로 하는 주주총회 특별 결의 절차를 거치도록 할 계획이다.
회장 장기 재임과 관련해 주주의 통제권과 검증 절차를 강화함으로써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임 회장 첫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말 12.42% 수준이었던 보통주 자본비율(CET1)을 2017년 말까지 13%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재확인했다.
구체적인 보험사 경영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에서 보험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보험사 운용 자산을 우리자산운용에 위탁하는 등 그룹 내 시너지를 시도할 예정이다.
보험 업무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업계에서 가장 신속하고 정확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7월 초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주주총회를 각각 소집해 신규 경영진을 선임하는 등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부터 우리금융에서 보험사 인수 단장을 맡아온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가 인수 후 초대 동양생명 대표를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 5위 근접 지주계열 생보사 탄생…중상위권 재편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로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가 하나 더 탄생하면서 생보업계 중상위권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기준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약 34조원으로 업계 6위 수준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을 통합하면 약 51조원으로 업계 5위 농협생명(53조원)과 차이가 매우 좁혀진다.
금융지주 간 보험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2개사를 인수했고 후발인 만큼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격적인 영업과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한화·교보 등 '빅3' 체제가 공고한 만큼 업계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신한라이프가 오렌지라이프를 합병했을 때는 큰 회사끼리 합병이어서 파급력이 있었으나, 우리금융은 보험사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 인수하는 것이어서 업계 순위 변동 등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새 회계제도에서 마진을 줄이면서 보장성 보험을 무턱대고 늘리기 쉽지 않다"며 "카드나 은행 등 타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anjh@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