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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나 아직 건재해!'
현재 마이애미 산하 더블A 펜서콜라 와후스에 소속돼 있는 고우석은 재활 등판을 위해 루키리그 무대에 나섰다. 9일(이하 한국시각) 마이애미 산하 마이너리그 루키팀인 FCL 말린스 유니폼을 입고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FCL 카디널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산하)와의 경기에 전격 선발 등판했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마이애미 해럴드의 아이작 아자웃 기자는 당시 "고우석이 훈련 도중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수건을 이용한 섀도 피칭을 했다. 그 과정에서 손가락에 이상을 느꼈고, 특정 그립을 잡을 때 손가락을 다쳤다. 검진 결과 골절로 나타났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오른손 투수가 검지손가락을 다친다는 건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 검지손가락은 투구 시 심(seam, 실밥)을 강하게 긁어 공에 스피드와 변화를 가하는 부위다. 이곳이 다치면 한동안 공을 던질 수 없다. 손톱이 깨지거나 손끝 피부가 벗겨지는 정도로도 꽤 오래 공을 던질 수 없다.
그런데 고우석은 아예 손가락이 부러졌다. 그것도 섀도 피칭 중에 갑자기 벌어진 일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불운이었다.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 메이저리그 도전 기회인 고우석에게는 절망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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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은 1회초 선두타자 앤드루 아서를 2구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이어 후속 야이로 파디야에게 초구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그러나 팀 유격수 파비안 로페즈의 송구 실책이 나오며 타자가 1루에서 세이프됐다. 파디야는 곧바로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1사 2루 실점 위기가 찾아왔지만, 고우석은 침착했다. 상대 3번 타자 라니엘 로드리게스와 4번 파쿤도 벨라스케스를 단 6개의 공으로 모두 삼진 처리했다. 강력한 포심을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에 연달아 꽂았는데, 상대 타자들은 헛방망이질만 했다. 2022년 KBO리그 세이브왕을 차지할 때의 구위가 되살아난 듯 했다.
2회초에도 호투가 이어졌다. 선두타자 타바레스와 후속 아스피리야를 모두 초구에 좌익수 뜬공과 3루수 땅볼로 잡았다. 2사후 한셀 알몬토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지만, 다니엘 로하스를 또 3구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번에도 공 3개를 한복판에 넣어 세 번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첫 재활등판에서 구위 회복을 증명한 고우석은 한 두번 더 루키리그에 등판하거나 곧바로 더블A에서 시즌을 시작할 전망이다. 더블A에서도 위력투를 이어가면 메이저리그 승격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마이애미는 현재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꼴찌(14승22패)다. 팀 평균자책점(5.86)이 내셔널리그 12위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는 24위다. 특히 선발진 평균자책점(6.35)이 내셔널리그 14위, 메이저리그 전체 26위에 불과하다. 고우석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충분히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