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동장치 없는 픽시 자전거의 안전에 대한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지만, 관련 대책 마련이나 제도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2일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학교와 학원가 주변 도로에서는 픽시 자전거를 탄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명지신도시에서 아직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픽시 자전거가 위험해 보이니 단속해달라는 학부모나 운전자 민원이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수변도로도 상황이 비슷했다.
수변공원 옆 도로는 픽시 라이딩 성지로 불리는데,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픽시 자전거를 타고 도로와 자전거도로를 위험천만하게 오갔다.
픽시 자전거는 변속기나 브레이크 없이 하나의 기어만 사용해 축과 톱니가 고정된 고정 기어 자전거(fixed-gear bicycle)를 말한다.
본래는 자전거 경기장에서 타는 선수용 자전거를 지칭했다.
제동장치가 없고 속도가 빠르다 보니 위험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유행을 넘어 스트릿 문화처럼 여겨지고 있다.
픽시 자전거는 몇 년 전부터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숏폼 형태로 픽시 자전거의 묘기 영상이 퍼지자 유행 연령이 초등학생 5∼6학년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난감하다.
초등 고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처음에 픽시가 뭔지도 모른 채 아들이 원해서 사줬다"면서 "브레이크가 없는데도 폭주족처럼 돌아다녀 픽시를 압수해 숨겨뒀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민원을 접수하는 경찰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
최근 도로에서 10명 가까운 학생들이 무리 지어 픽시 자전거를 타고 아찔하게 주행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자 픽시 자전거를 단속해달라는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픽시 자전거는 트랙 경주용 자전거에서 유래되다 보니 아직 도로교통법에 관련 규정이 없다.
자동차나 원동기에 속하지 않고, 브레이크가 없어 자전거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전거도로에서 픽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인도를 주행하는 것도 금지된다.
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차도에서 픽시 자전거를 타는 것이 불법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경찰은 법률상으로는 도로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계도를 통해 도로 주행을 최대한 자제시키고 있다.
부산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상 픽시 자전거에 대한 정의가 없는 상황이라 실무에 어려움이 많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도로 주행은 위험하니 하지 말라'고 계도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더 강력하게 단속해달라는 민원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 강서경찰서에서는 픽시 자전거에 대한 민원이 꾸준하게 제기되자 학부모와 교육청, 경찰, 한국도로교통공단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경찰은 픽시 자전거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관련 규정을 숙지한 뒤 이용할 것을 학부모와 교육기관에 당부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지그재그로 주행하거나 무리 지어 이동하면 도로교통법상 안전운전 의무 위반이나 공동위험 행위 금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된다"며 "안전모 등 기본적인 안전 장구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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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