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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판매에서 완제품 생산까지…디스플레이 분야 대기업과도 협업
[※ 편집자 주 = 울산은 '산업 수도'로 명성을 이어왔습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을 이끌어온 대기업이 토양을 닦은 곳이지만, 이제는 스타트업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지역 경제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울산 지역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도전을 응원하는 기획기사를 매월 한 꼭지 송고합니다.]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반도체 물질의 크기가 아주 작아지면 스스로 다양한 색의 빛을 내는 소재가 되는데 이것을 양자점이라고 합니다. 회사가 보유한 양자점 소재 원천 기술로 바이오, 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해 가겠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원 창업 기업 '유니크닷'(UniQDot)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종남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회사의 비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유니크닷은 양자점(퀀텀닷·Quantum dot) 소재와 이를 이용한 질병 진단키트를 개발·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박 대표가 2019년 8월 창업해 현재 UNIST 산학협력관에 입주해 있으며, 1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물질의 크기가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단위까지 작아지면 성질이 변하거나 새로운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반도체의 경우 결정의 지름이 나노미터 단위가 되면 그 크기에 따라 다양한 색의 빛을 내게 되는데, 이를 양자점이라고 한다. 이 양자점에 외부 전압을 가해주면 빛을 내는 전계발광소자를 만들 수 있다.
양자점은 디스플레이, 조명, 자동차, 바이오 센서 등의 산업에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유니크닷은 금속 질화물인 인듐 갈륨 나이트라이드(InGaN) 양자점 소재를 제조할 수 있는 원천 기술로 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양자점 관련 보유 특허가 100여개에 달한다.
박 대표는 세계 최초로 양자점을 개발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화학과에서 수년간 박사 후 연구원과 연구교수로서 일한 경험이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출자한 게이츠 재단 과제를 통해 양자점 기반 말라리아 진단 키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이 양자점 신기술 기반 회사 창업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박 대표는 "금속 질화물 기반 양자점은 기존 카드뮴 기반 양자점과 비교해 독성이 없고 안정성이 높다"며 "또 푸른색 계열의 색을 구현할 수 있어 현재 대체 물질로 이용되는 인듐 포스파이드(InP) 양자점보다 응용 범위가 더 넓은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유니크닷은 이 소재를 용액이나 파우더 형태로 판매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소재 납품과 함께 대기업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는 직접 질병 진단키트 생산에 도전하고 있다.
기존 진단 키트에 사용하는 금 나노입자의 민감도는 밀리리터당 나노그램(ng/mL) 수준이지만, 양자점 기반의 민감도는 밀리리터당 피코그램(pg/mL·1pg은 1조분의 1g) 수준으로 1천배 높다. 여러 질병을 동시에 진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박 대표는 유니크닷을 창업할 당시에만 해도 양자점 소재만 판매하는 기업을 하려고 했다.
그러다 질병 진단키트 제조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완제품까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고 한다.
박 대표는 "양자점을 밀가루에 비유한다면 양자점을 활용한 진단 키트는 식빵이나 케이크라고 할 수 있다"며 "밀가루 생산보다는 부가가치가 더 높은 빵이나 케이크를 만드는 것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직접 키트 제작에도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로 유니크닷은 반려견, 반려묘를 위한 동물 충치균 진단 키트를 하울바이오와 함께 지난 3월 처음으로 출시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은 허가가 상대적으로 쉽게 나오기 때문에 시장에 빠르게 내놓을 수 있었다.
유니크닷은 이달 중으로 사용 후기 등을 토대로 제품을 보완해 곧 다시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동물이 아닌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질병 진단 키트나 마커 등도 개발을 완료해 출시를 위한 허가 단계를 남겨두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인플루엔자 A·B,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호흡기 질환 4종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키트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키트는 현재 식약처 허가 단계로 올해 안에는 허가가 나올 것으로 박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피를 이용해 심근경색을 10분 안에 단계별로 진단할 수 있는 키트도 시제품을 완성했다. 올해 안에 식약처에 허가 신청을 내고 내년 초 출시를 추진하는 중이다.
박 대표는 "양자점이라는 반도체 나노 소재의 태동에서부터 노벨상 수상 및 상업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학적인 호기심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력을 미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며 "UNIST에서 시작된 새로운 양자 소재를 통해 유니크닷이 지향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yongta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