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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에 마감 직전 줄 선 유권자에 투표권 보장 명시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대통령 선거 투표가 오는 3일 치러지는 가운데 유권자 참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투표 시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 관련 뉴스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선 투표 마감 시간이 오후 6시인지 오후 8시인지 헷갈린다", "투표 마감 시간 전에 줄 서 있다가 투표 시간이 끝나버리면 투표를 못하는거 아니냐" 등 투표 시간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올라와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 마감 시간까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는 3일 대선 당일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며, 투표 마감 시간 전까지 투표소에 도착해 줄을 선 유권자는 누구든지 투표할 수 있다.
선거 관리 공무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 마감 전에 도착해 줄을 선 유권자의 투표를 방해하거나 거부한다면 이는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투표 시간은 미국, 영국, 프랑스와 유사하거나 중간 정도 수준이며, 투표 마감 전에 도착한 유권자의 투표권을 보장하는 규정은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원칙이었다.
◇ 제21대 대선 공식 투표 시간 '오전 6시~오후 8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3일로 예정된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공식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사전 투표는 본 선거일에 앞선 5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진행됐으며 시간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다. 사전 투표 제도는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여 투표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해외 거주 국민을 위한 투표는 국내 투표보다 먼저 진행됐다. 제21대 대선의 재외 투표 기간은 5월 22일부터 25일까지였으며 투표 시간은 현지 시각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다. 전 세계 182개의 재외 공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진행됐으며 재외 선거인으로 등록된 유권자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특수한 경우로 선박에 승선 중인 선원을 위한 선상 투표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선상 투표는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됐다. 이는 해상 근무로 인해 일반적인 투표소 방문이 어려운 선원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역대 대선 투표 시간을 살펴보면 시대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는 당시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이라 투표 시간이 2012년 제18대 대선에 비해 2시간 연장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됐다. 이는 더 많은 유권자에게 투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였다.
제19대 대선에서 투표 시간이 연장된 것에 비해 지난해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다. 이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 시간이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2년 제20대 대선의 경우 일반 유권자의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코로나 확진 격리 유권자는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투표가 가능하게 했다.
◇ 선거법에 마감 직전 줄 선 유권자에 투표권 보장 명시
투표 마감 전에 도착한 유권자의 투표권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돼있다.
공직선거법 제155조는 투표 시간을 규정하고 있는데 특히 제1항은 투표 마감 시각에 투표소에서 투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유권자에게는 번호표를 부여해 투표하게 한 후에 투표소를 닫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1항은 "투표소는 선거일 오전 6시에 열고 오후 6시(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오후 8시)에 닫는다. 다만, 마감할 때 투표소에서 투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선거인에게는 번호표를 부여해 투표하게 한 후에 닫아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투표 마감 시간 전에 투표소에 도착해 줄을 선 유권자는 누구든지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핵심 규정이다.
이 규정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참정권과 민주주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다. 국가는 유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투표 마감 직전에 도착한 유권자에게도 투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는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꼭 투표장 안에 들어가 있지 않아도 된다. 투표하는 줄이 길어 밖에까지 나와 있더라도 투표 마감 시간 전에 도착해 줄을 서면 문제가 없다.
선거 관리 당국이 투표 마감 시간 전에 투표소에 도착해 줄을 선 유권자에게 번호표를 부여하는 방식은 투표소의 혼잡을 방지하고, 마감 시간 이후에 도착한 유권자와 구분하기 위한 절차로 이해할 수 있다.
투표관리관이 지급하는 번호표의 제한은 없다. 마감 시간인 오후 8시에 특정 투표소 앞에 100명이 대기하고 있다면 100장의 번호표를 제공해야 하며 100명 이상이라 하더라도 모두에게 번호표를 지급해야만 한다.
선거 관리 공무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 마감 전에 도착해 줄을 선 유권자의 투표를 방해하거나 거부한다면,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며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역대 대선에서 투표 시간 위반이나 마감 전에 도착한 유권자에 대한 투표 방해 등 직접적인 사례는 없었지만, 공직선거법 제242조 제1항은 투표의 자유를 방해하거나 투표에 관하여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투표 시간과 관련된 위법 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는 투표 마감 직전 대기자가 많아 투표가 마감 시간을 넘겨 끝난 사례가 있었다.
제20대 대선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 유권자의 투표 편의를 위해 일반 유권자 투표(오전 6시~오후 6시) 종료 후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별도의 투표 시간이 추가로 운영됐다. 이 시간대에 확진·격리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마감 시각 전에 도착해 줄을 선 유권자가 많아 실제 투표는 오후 7시 30분을 넘겨서까지 이어졌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마감 시각(오후 7시 30분) 전에 투표소에 도착해 줄을 선 확진·격리자들은 모두 투표할 수 있도록 했고, 줄의 마지막에 표지를 두어 그 이후 도착자는 투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부 투표소에서는 실제 투표가 공식 마감 시각을 10~20분 이상 넘겨 끝나기도 했다.
◇ 주요국도 투표 마감 직전 줄 선 유권자 투표할 수 있어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투표 시간 및 관련 규정이 어떻게 돼 있을까.
미국의 투표 시간은 주마다, 심지어 선거 종류마다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오전 6시 또는 7시에 시작해 오후 7시 또는 8시에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 사전 투표 시간도 주마다 다르게 운영된다. 미국에서도 투표 마감 시각에 줄을 서 있는 유권자는 투표할 권리가 있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영국 총선의 투표 시간은 일반적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비교적 긴 편이다. 영국 역시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10시에 투표소 안이나 밖에 줄을 서 있는 유권자는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 총선의 투표 시간은 보통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투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일본 선거법도 정해진 마감 시각까지 표를 접수하며, 마감 전 투표소에 들어와 입장한 유권자는 투표가 가능하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의 투표 시간은 일반적으로 오전 8시에 시작하며 작은 도시에서는 오후 6시, 큰 도시에서는 오후 8시까지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투표 시간이 오후 7시 또는 8시까지 연장되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 내무부의 지침에 따르면 투표소는 마감 시간 이후 도착하는 유권자의 접근을 막기 위해 줄 끝에 차단막을 설치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는 이미 줄을 선 유권자는 투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프랑스 헌법위원회도 마감 시간 전에 투표소에 들어왔으나 투표 절차를 완료하지 못한 유권자는 투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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