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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작은 학교가 만든 기적…전국소년체전서 카누 전 종목 석권

기사입력 2025-06-07 10:09

[촬영 양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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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23명 소규모 삼척 근덕중, 15세 이하 카누 금메달 싹쓸이

학교·지역사회·교육청 3박자 지원…신입생 모시기 '숙제'

(삼척=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전교생이 스무명 남짓인 시골 작은 중학교가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 카누 경기에서 전 종목 금메달을 석권했다.

기적 같은 쾌거의 주인공은 강원 삼척시 근덕중학교 3학년 단짝인 권율·김동민(15) 군이다.

근덕중은 전교생이 23명인 소규모 학교다. 2학년이 10명으로 가장 많고, 1·3학년이 5명씩 있다. 3학년 중 여학생이 3명이며 남학생은 권 군과 김 군이 전부다.

두 학생은 지난달 25일 경남 김해에서 열린 제54회 전국소년체전 15세 이하 카누 1인승 500m, 2인승 500m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회에서 카누 경기가 두 종목뿐이니 금메달을 싹쓸이한 셈이다.

근덕중 카누부는 2013년 창단해 전통의 강호라 말하긴 힘들다.

창단 첫해에는 카누가 없어서 낡은 배를 빌릴 형편이었고, 부원들 역시 카누를 처음 접한 까닭에 말 그대로 '햇병아리'였다.

이 가운데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이자 한국 카누계의 전설로 불리는 이승우 코치를 지도자로 영입하면서 학생들의 기량이 급성장했다.

전국 크고 작은 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내던 선수들은 창단 5년 차인 2018년 제47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카누 C-1(1인승) 종목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2022년 단양에서 열린 제40회 전국 선수권 대회에서는 금 8개, 은 1개로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카누 강팀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올해 1인승에 출전한 권 군은 2위와 차이를 12초로 벌리며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2인승은 2위와 1.5초 차이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명승부를 벌였다.

이들은 대회 카누 2연패를 기록했고, 특히 권 군은 최우수선수상까지 차지했다.

이 코치는 긍정적인 자세를 두 선수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힘든 훈련도 서로 밝은 표정으로 해내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며 "100% 소화하리라 기대하지 않고 훈련 스케줄을 주더라도 두 선수는 적극적으로 80%까지 해낸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처럼만 지도자 생활을 한다면 흰머리가 더 이상 늘어날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두 선수는 앞으로 선수 생활에 각자 다른 포부를 드러냈다.

권 군은 "고등학교 가서도 계속 카누 선수로 땀 흘리겠다"며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 군은 "중학교를 졸업하고서 계속 카누 선수를 해야 할지 말지 마음이 반반"이라며 "중학교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금메달을 최대한 많이 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근덕중이 카누 강팀으로 거듭나기까지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와 교육청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시청은 한척에 1천만원가량 하는 카누를 학교에 전달했고,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은 장거리 기록을 위한 전지훈련을 지원했다.

특히 교육청은 9억여원을 들여 작년 말 교내에 카누 실내 훈련장을 건립해 날씨와 관계 없이 선수들이 기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는 카누부의 앞날에 파도를 만들고 있다.

신입생이 적은 시골 소규모 학교인 까닭에 매년 선수 확보에 애태우게 된다.

학교는 카누에 관심 있는 시내 학생들을 학교로 모시고자 초등학교로 한정된 통학버스 배정을 지원청과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한연희 교장은 7일 "학부모와 지역사회, 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근덕중 카누부가 올해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며 "통학버스 지원이 중학교는 물론 원덕고등학교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우수한 학생 선수를 자칫 다른 지역으로 보낼 수도 있는 상황이라 적극적인 행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angdo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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