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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안에 대한 경쟁 당국의 심사 개시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합병 비율 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항공기 탑승으로 적립한 마일리지는 1대 1로 통합될 수 있지만, 신용카드 이용 등으로 쌓은 제휴 마일리지는 1대 1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항공 소비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곳은 마일리지 통합 비율이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항공기 탑승 마일리지와 제휴 카드사, 호텔·렌터카·쇼핑몰 이용 등을 통해 적립한 제휴 마일리지로 나뉜다.
우선 탑승 마일리지의 경우 1대 1로 전환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탑승 마일리지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정한 도시 간 비행거리를 기준으로 적립된다. 항공사가 다르다고 이동 거리가 크게 차이 나지는 않기에 적립되는 마일리지는 비슷한 수준이다.
과거 글로벌 항공사의 합병 사례를 봐도 탑승 마일리지는 1대 1로 통합된 사례가 많다. 2011년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콘티넨탈항공 합병, 2008년 미국 델타항공-노스웨스트항공 합병, 2004년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 KLM 합병에 따라 양사 탑승 마일리지가 1대 1로 합쳐졌다.
하지만 제휴 마일리지의 통합 비율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 책정하는 마일리지 가치가 항공사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1마일당 가치는 대한항공은 15원, 아시아나는 11∼12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카드별로 다르지만 통상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1천500원당 1마일을, 아시아나는 1천원당 1마일을 적립해 왔다.
양사 마일리지가 시장에서 1:0.7가량의 비율로 가치를 인정받는 셈이다.
이처럼 마일리지의 가치가 크게 다른데도 동일하게 통합하면 대한항공 제휴 마일리지를 주로 쌓은 고객에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1:0.7로 비율을 정하면 아시아나 이용자들이 불만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말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항공산업 경쟁력 확보 및 소비자 보호 방안' 보고서에서 "양사 마일리지 통합 비율은 국제 선례, 가격 및 서비스 격차, 마일리지 활용 기회 확장 가능성, 항공 동맹에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예: 1:0.9)에서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휴 마일리지도 1대 1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정위는 2022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각 사 마일리지 제도를 합병 이전인 2019년 말 기준보다 불리하게 바꿔서는 안 된다는 시정조치를 부과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컨설팅업체 등을 통해 마일리지 가치를 분석해 전환 비율을 설정하고 있으며, 통합안 제출 이전에는 구체적인 통합 비율 등 관련 계획을 전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공정위 시한에 맞춰 제출 예정이며 세부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통합안을 제출받은 뒤 내년 말 통합 항공사 출범 전까지는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승인 작업을 빠르게만 처리하기보다는 통합안이 공정하고 합리적인지와 소비자 권익을 해치지는 않는지 등을 면밀히 살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통합안을 전원회의에 회부할지 등 구체적인 심의 방식은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새 정부 출범 직후에 통합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심사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마일리지 통합에 대한 항공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감안하면 공정위가 여론과 정치권의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잔여 마일리지 규모(마일리지 이연수익)는 대한항공이 2조6천205억원, 아시아나가 9천519억원으로 합산 3조5천724억원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보다 1.8% 늘었으나 아시아나항공은 0.9%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시장가치가 낮은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합병 전에 최대한 털어내면서 마일리지 통합 비율 산정 시 부담을 줄이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sh@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