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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필러' 영상 조회수 수백만회·'귀 테이프' 후기 쏟아져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바야흐로 '귀'까지 성형하는 시대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요정 귀'가 새로운 미적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귀 모양을 바꾸는 방법이 주목받는다.
과거에는 크고 쫑긋 서 있는 모양의 귀가 '원숭이 귀' 같다는 반응을 낳았다면, 지금은 정면에서 잘 보일 정도로 귀가 서 있는 모양이 '요정 귀'라며 선호되고 있다.
귀가 잘 보이면 얼굴 중심에서 시선을 가로로 분산시켜 중안부가 짧아 보이고 얼굴이 작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안부는 눈썹(또는 미간)부터 코끝까지 지칭하는 용어다.
소셜미디어(SNS)에는 '귀 필러', '귀 테이프' 관련 영상과 댓글이 줄을 잇는다.
귀 필러는 귀 뒤나 귓바퀴 부위에 필러를 주입해 눕거나 작았던 귀를 살짝 앞으로 세워주는 방식의 시술이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syu***'가 올린 귀 필러 후기 영상은 조회수 268만회를 넘겼고, 시술 정보를 묻는 댓글은 2천900건에 달했다.
유튜브 이용자 'ram***'은 "원래도 귀가 엄청 작은 편이라 정면에서 보면 귀가 거의 안 보인다"며 "요즘 유행하는 귀 필러를 맞았는데 아주 만족한다"며 관련 영상을 올렸다.
최근 귀 필러 시술을 받았다는 '최***'는 "귀 하나로 예뻐지는 변화를 보게 되니 정말 만족스럽다"고 적었다.
귀 필러 시술을 고민하고 있는 직장인 정모(26) 씨는 10일 "정면에서 귀가 아예 안 보일 정도로 누워 있어 어릴 적부터 스트레스였다"며 "귀에 피어싱을 여러 개 해도 티가 안 나고, 또 과거에 여권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귀가 안 보인다'는 얘기를 들어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최근 요정 귀가 유행하면서 귀 필러 시술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 같다. 귀가 콤플렉스였던 저에겐 아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귀 테이프는 시술 없이 누운 귀를 간단히 세울 수 있는 도구다.
4천원대 가격으로 일시적이지만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다. 한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 중인 귀 테이프는 구매 후기가 5천 건이 넘었다.
네이버 이용자 'tpd***'는 "1년째 귀 테이프 사용 중"이라며 "귀 테이프 붙인 날은 인상도 다르고 자신감도 더 높아진다. 중안부가 엄청 짧아보이고 어려보인다"고 썼다.
걸그룹 오마이걸의 멤버 미미도 지난 2월 유튜브 채널 '뜬뜬'에 나와 "귀 테이프를 붙이면 누운 귀가 세워지면서 아주 약간 좀 어려보인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유재석과 송은이도 "요즘 MZ세대들이 살짝 앞으로 나온 엘프 귀를 선호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트렌드에 대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민우 에이트성형외과 원장은 지난 3월 병원 유튜브 채널에서 "귀를 세우려면 생각보다 강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돌처럼 딱딱한 물성의 필러를 써야 한다"며 "이로 인해 연골이 눌리거나 변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요정 귀는 빠르게 지나갈 유행일 가능성이 높다"며 "유행에 휩쓸리기보다는 시술 전 충분히 고민해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런가 하면 뷰티 유튜버 '헤이즐'은 지난달 올린 영상에서 "최근에 요정 귀 필러를 보고 '이제는 귀까지 성형이 가능하구나'란 생각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시술이 유행이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것 같아 무섭단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인스타그램에 뜨는 가장 기괴한 수술 두 가지 중 하나가 귀 필러다"('heu***'), "귀가 잘 들리면 됐지 왜 필러를 넣어야 하는 거냐"('nya***'), "이제 하다 하다 귀에도 손을 대냐"('Cel***')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유튜브 이용자 'sek***'는 "옛날엔 원숭이 귀로 놀림감이었는데 이게 필러로 대유행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왜 하는지 절대 이해 안 되는 시술"이라고 썼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귀 성형 유행에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작은 신체 부위까지 과도하게 신경 쓰는 사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나를 고치면 또 다른 결점을 찾게 되고, 반복적으로 성형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심한 경우 신체이형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체이형장애는 타인이 보기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 외모를 본인이 과도하게 결점으로 인식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신 질환이다.
곽 교수는 "자존감이 낮거나 자신감이 부족하면 유행을 좇으며 불안을 덜려는 경향이 생긴다"며 "내면의 건강함과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왜 내가 이토록 외모에 집착하는지 먼저 스스로 점검하고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외적 변화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ugen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