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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사 신임장·국무부 '러시아 날' 축하성명 등 오히려 우호적 기류
오히려 알렉산드르 다르치예프 신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신임장을 제출했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날' 축하 성명을 내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만 연출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 기간이 이날로 모두 지났지만, 여전히 휴전 중재를 위한 종전과는 '다른 대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미국을 속이고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며 이를 판단하기 위한 시한으로 2주를 제시한 바 있다.
11일은 그때로부터 2주가 되는 시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주 기한 동안 푸틴 대통령과 한차례 통화하기는 했지만, 휴전을 위해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러 제재에 유보적 입장만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유럽도 러시아 원유와 가스에 새로운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전용기에서 가진 약식 회견에서도 연방 상원에서 발의된 대러 제재 강화 법안과 관련해 러시아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거나, 제재를 집행할 최종 권한은 자신에게 있다며 제재 의지를 전혀 내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신임 주미 러시아 대사와 만나는 등 우호적 분위기만 연출하고 있다.
타스통신 등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다르치예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출하는 자리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전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신임장을 받기 위해 '러시아의 날' 전에 시간을 냈다"며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고, 짧지만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날'은 1990년 소련 내 러시아공화국이 국가 주권 선언서를 채택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로 6월 12일이다.
다르치예프 대사는 또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구체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날 '러시아의 날'을 앞두고 "미국은 더 밝은 미래를 위한 러시아 국민들의 열망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루비오 장관은 성명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항구적 평화를 위한 미국의 의지를 거듭 밝히긴 했지만, 협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압박 목소리는 담기지 않았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서는 이처럼 유화적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군사 지원 예산을 삭감하기로 하는 등 상반된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10일 "협상에 의한 평화적 해결이 양측 모두와 미국의 국익에도 가장 이롭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예산이 삭감될 것이라고 밝혔다.
CNN은 2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시해온 시한이라며 휴전 협상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좌절만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자신이 집권하면 24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협상을 진행할수록 러시아가 종전 의지가 없다는 점만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전을 이루다가 갑자기 폭격이 일어나고 모든 것이 멈춘다"며 휴전 중재 노력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CNN은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휴전 중재 노력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이달 말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등을 앞두고 있으며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eshiny@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