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관세 영향권' 수출기업 지원 건의…투자·고용·사회공헌 등 기업 역할도 강조
특히 미국발 관세 폭탄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기존에 계획된 투자를 이어 나간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며, 규제 완화와 수출 기업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힘을 실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재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5대 그룹 총수·경제6단체장 간 간담회는 당초 예정됐던 1시간을 훌쩍 넘겨 도시락 식사를 포함, 총 2시간 20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의 옆에 앉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 대통령 당선 후 자서전을 읽어봤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아, 그러셨느냐"고 반색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트리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첫 상견례 자리인 만큼 (상법 개정 등) 민감한 주제를 거론하기 보다는 통상 전반에 대해 정부와 업계에 함께 노력하자는 얘기가 오가는 우호적인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약 7분가량 모두발언을 통해 규제 합리화, 통상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하며 "우리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많은 협조, 조언, 필요하면 쓴소리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가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글로벌 통상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재계는 현재 기업이 직면한 글로벌 위기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새 정부의 '실용적' 통상 외교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재용 회장은 "우리나라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성장해 왔으며, 이번 경제 위기도 대통령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민관이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무엇을 결정할 수 없는 불안한 시간이 계속 흘러서 기업인들이 사업을 결정하거나 투자를 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오늘 자리가 민관이 긴밀히 공조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를 모으는 뜻깊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첨단 분야는 주요 국가들이 자국 중심의 생태계를 강화하며 국가 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어 이제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통상 대응과 공급망 안정화, AI 분야는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재계는) 미국의 통상 압박은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헤쳐 나가기 어려운 과제인 만큼 민관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최근 미국 워싱턴DC 방문에서 이 대통령의 취임에 대해 기대가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한미일 관계에 대한 기대와 중요성으로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새 정부 출범 후 환율이 안정되고 주가도 올라가 기업들도 이제 잘될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특히 자동차·부품과 철강 업종은 직접적인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새 정부 출범으로 한미간 관세 협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최소한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5월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3% 감소하면서 수출 증가율이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상태다. 대미 수출은 8.1% 감소했고, 대중 수출도 8.4% 줄었다.
윤 회장은 "최근 환율 절상과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수출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수출 산업의 기반이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가 관세 피해를 본 수출 기업에 대한 파격적이고 신속한 재정·세제·금융 지원책을 적극 추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수출입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미국·중국 중심에서 타 국가들과 영역을 넓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보험금융 등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기업의 지속 성장이 중요하다"며 "상속증여세 완화와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에 활력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다만 최 회장이 "산업용 전기료 문제를 풀어가야 우리 기업이 글로벌 수준에서 맞춰갈 수 있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여러 가지로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이 공정 경제와 지속적인 성장을 강조한 가운데 투자와 고용, 사회 공헌 등 기업의 역할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류진 회장은 "경제계가 앞장서서 사회 공헌 활동을 강화하겠다"며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이번 여름 휴가 시즌부터 대대적인 국내 휴가 보내기 캠페인으로 내수 회복의 불씨를 살리자"고 제안했다.
구광모 회장은 "첨단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국내 투자에 집중하고 한국 산업 혁신과 경제 재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은 예정된 국내 투자와 고용을 차질 없이 이행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장의 경제 위기를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20년, 30년 다음 세대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반도체 부진 등으로 복합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연간 시설투자 금액은 역대 최대인 53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미래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도 지속, 지난해 역대 최대인 연간 35조원의 연구개발비를 기록했다.
최근 약 2조4천억원을 투자해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그룹을 인수하기로 하는 등 대형 인수합병(M&A)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은 AI와 반도체, 바이오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며 "전통 산업에도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고임금 일자리를 더욱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장은 또 "(이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고) 제가 얻은 것은 우리나라 청소년들, 청년들에게 꿈을 줘야겠다는 것"이라며 "삼성의 모든 사회공헌 활동을 청소년 교육, 청년들이 어떻게 하면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까에 포커스를 맞춰서 하고 있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어린 시절 가난한 환경에서 소년공으로 일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감사하다"고 짧게 답했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 3월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이하 SSAFY)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과 만나 "삼성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가지고 우리 사회와 동행하고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끌고 왔다"며 SSAFY를 소개한 바 있다.
(장하나 김동규 이슬기 임성호 황윤기 차민지 기자)
hanajjang@yna.co.kr
[https://youtu.be/2lCV_94fQoc]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