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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쟁 이어 중동도 '수렁'…꼬여만 가는 트럼프 외교

기사입력 2025-06-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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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對이란 핵협상 표류 위기

우크라·중동전쟁 조기종결 후 中견제 집중하려는 구상 '흔들'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이란 핵시설 등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13일(현지시간) 대대적인 공격으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주요 분쟁 종식을 위해 벌이고 있는 외교 노력은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게 됐다.

'취임 직후 끝내겠다'고 공언해온 우크라이나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주도해온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한 외교 노력도 미궁에 빠진 형국이 됐다.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 시설 유지 여부를 둘러싸고 교착에 빠진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오는 15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재개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공격으로 인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은 물론 미-이란 협상 자체가 당분간 보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미국에서 나오는 반응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복잡한 속내가 묻어난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첫날 공격 직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에 미국은 관여하지 않았으며, 중동 지역의 미군 보호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 성명에서는 중동의 '맹방'인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거나,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보호하겠다는 등의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ABC뉴스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훌륭했다고 생각한다"며 간접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는 모든 것을 잃기 전에 미국과의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이란을 압박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표류할 위기에 놓였지만 기왕 공격이 이뤄진 상황에서 '맹방'인 이스라엘과 '이견'이 없음을 보이는 한편, 이스라엘의 공격을 대(對)이란 압박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중이 읽혔다.

그러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가혹한 응징"을 거론하며 보복 공격 방침을 천명하는 등 중동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중동 상황이 더 악화하면 미국도 '원치 않는' 개입을 해야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에 대한 공격에 직접 나서지는 않더라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작년 이스라엘-이란 공방 때처럼 이스라엘의 방공망 지원 등을 포함한 각종 '측면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은 작년 10월 1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200여기의 미사일을 발사하자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해 군 자산을 투입했으며 당시 미 해군 구축함들도 10여기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미 이와 유사한 미군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AP통신은 13일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당한 이란의 보복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중동으로 함정을 포함한 군 자원을 이동하고 있다고 미 국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만약 중동 상황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 양상으로까지 확전할 경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집중하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군사 전략 자체가 꼬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대화·싱가포르)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공세를 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재설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늦여름께 국방부 주도로 발표할 새 국방전략(NDS)에는 미국 본토 방어와 함께, 대만에 대한 침공 등 중국의 현상 변경 행위를 막는 데 방점을 찍은 전략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어왔다.

직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유럽과 중동에 외교 및 군사전략 전개의 '발'이 묶였던 것에서 탈피해 초점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대(對)중국 견제로 옮기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대외정책 구상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상황이 악화조짐을 보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구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모두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발생한 '바이든의 전쟁'이라는 입장을 피력해왔지만, 유럽과 중동 상황 악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포함한 국정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jhch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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