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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G7 맞서 중앙아서 우군 '세몰이'…무역전쟁 속 美 견제

기사입력 2025-06-17 16:48

[리우데자네이루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中, 중앙아 최대 교역국 '부상'…중앙아, 석유·천연가스 등 자원 풍부

시 주석, 자국경제·공급망보호 위해 글로벌사우스와 전략적 동맹 강화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차질을 빚은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과 만나는 등 우군 세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발 글로벌 관세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충돌로 국제 정세가 혼란해진 틈 속에서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와의 동맹을 강화하는 등 미국에 맞서 입지를 더욱 다지고 있다.

1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를 방문해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회담했다.

시 주석은 "변란이 얽힌 국제정세에 직면해 중국과 카자흐스탄 양국이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체제와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확고히 지켜야 한다"면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며 광범위한 개발도상국의 공동 이익을 명확히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 주석은 이날에는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함께하는 정상회의에 앞서 각 정상들과 따로 연쇄 회담도 가졌다.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한 시 주석의 이번 외교전은 캐나다 G7 정상회의(16∼17일)와 같은 시기에 이뤄졌다.

미국 주도의 G7 정상회의를 견제하고 중앙아시아 등 글로벌사우스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이번에 중국과 미국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광활한 지역인 중앙아시아를 방문함으로써 G7 정상회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영국 정치컨설팅업체 프리즘(PRISM)의 케이트 말린슨은 블룸버그에 "시 주석의 이번 카자흐스탄 방문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미국과의 잠재적 균열로 인해 중국 경제에 닥칠 미래까지 대비하려는 것"이라면서 "2022년 이후 서방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을 지켜본 중국은 이제 자국 경제와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과 중앙아시아 간 경제적 긴밀도는 최근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기준 중앙아시아의 중국과 교역액은 950억달러(약 129조4천억원)로 집계됐다.

EU(640억달러·약 87조원)나 러시아(약 440억달러·약 60조원)를 크게 앞섰다.

이 지역 인구는 8천만명에 불과하나 석유, 천연가스, 우랴눔, 희토류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중국은 중동과 유럽으로 에너지 수입원과 무역 경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 중앙아시아 5개국은 1991년 소련이 붕괴한 뒤 독립하면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관심을 계속 받아왔다.

러시아를 여전히 전략적 동반자로 간주하고는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는 다소 느슨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아시아는 주로 '5+1' 형태로 유럽연합(EU), 미국, 터키 등 서방국가들과도 고위급 회담을 가졌었다.

키르기스스탄의 정치학자인 나르기자 무라탈리예바는 AFP에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하나의 파트너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 여러 권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은 2023년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첫 대면 정상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시안은 실크로드의 시작점으로 알려져 있다.

신화통신은 이날 '시안에서 아스타나까지: 중국과 중앙아시아가 새로운 협력의 청사진을 그리다'라는 제목 기사를 통해 이번 "이번 정상회의는 중국이 아닌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로, 이는 역사적인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사우스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의지는 최근 시 주석의 해외 방문 국가 면면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시 주석은 올해 첫 해외 방문으로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을 순방했다.

그는 무역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패권주의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하며 동남아 국가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이른바 '매력공세'에 나섰다.

또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시점에 시 주석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페루와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를 잇달아 방문했다.

중국이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불렸던 중남미와의 경제적 연계를 강화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 질서에 맞서는 기조를 나타내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외신들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suki@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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