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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전문가 "李정부서 대일 외교 모델로 '김대중-오부치 선언' 부상 가능성"
주일 한국대사관이 전날 뉴오타니호텔 도쿄에서 연 리셉션에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비롯해 기시다 후미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참석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 시간으로 18일 캐나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고 귀국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행사장에 '깜짝' 등장해 축사했다.
기시다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일관계 개선을 추진했고, 스가 전 총리는 한일관계가 경색 국면일 때 총리를 지냈으나 지금은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이들 모두 집권 자민당 소속이다.
이외에 제1야당 입헌민주당 전신인 민주당 출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도 리셉션 직전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와 면담하고 행사장을 떠났다.
여야의 전현직 총리 4명이 이례적으로 같은 행사 때문에 현장을 찾은 셈이다.
앞서 대사관이 2015년 개최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행사 때는 당시 아베 신조 총리와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참석했다.
또 이번 행사에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 나카타니 겐 방위상 등 핵심 관료가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2015년에도 방위상으로 5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일본이 이번 행사와 관련해 '한국을 중시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주한 일본대사관이 지난 16일 서울에서 개최한 같은 취지 행사 모습과 뚜렷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으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고, 한국 정부 대표로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자리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일본 측이 한국의 신정부 출범 이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정세를 봤을 때 한국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반도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이날 보도된 마이니치신문 기고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보수층을 아우르려는 전략을 폈다면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신정권의 대일 외교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는 1998년 10월 발표한 공동선언에서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오부치 전 총리의 역사 인식 표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양국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 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화답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최대 의의는 한일 정상이 '역사 화해'라는 형식을 통해 미래 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이 대통령이 정말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대일 외교 모델로 삼고자 한다면 일본이 거절할 이유는 없다"며 "일본과 한국의 전략 공유가 역사 인식의 접근을 독려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짚었다.
요미우리도 이날 사설에서 안보·경제 측면에서 같은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다시 악화해서는 안 된다며 "교류를 거듭해 양 국민의 상호 이해를 심화해 가고자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 신문은 "취임 초기에는 일본에 유화적 자세를 보였다가도 지지율이 하락하면 '반일'을 외치는 대통령도 많았다"며 이 대통령의 대일 중시 자세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