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간암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의 새로운 역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간질환 환자들의 빅데이터, 세계 유전체 데이터베이스(TCGA, ICGC 등)의 RNA 분석 자료, 다양한 실험 모델(세포 및 동물 실험 포함)을 활용했다. 그 결과, GAS5가 단순한 암 억제 유전자가 아닌, 특정 조건에서는 간암을 촉진하는 유전자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GAS5의 역할 변화가 '후성유전학적 조절' 때문이라는 점이다. 후성유전학이란, DNA 자체를 바꾸지 않고도 유전자 기능을 조절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가운데 m6A 변형은 RNA에 특정한 화학적 변형을 주어 안정성을 높이거나 낮추는 메커니즘이다.
이 과정은 다시 하위 유전자들의 조절로 이어지면서 간암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유전자 연결망을 형성한다. 이 연결 구조는 'GAS5-miR-423-3p-SMARCA4 축'이라고 부르며, 단순한 유전자 상호작용을 넘어 암의 진행과 관련된 복합적인 조절 메커니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발견은 단순한 학문적 기여를 넘어 실제 치료와 진단에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제시한다. 연구팀은 GAS5의 양을 조절하거나, miR-423-3p의 작용을 차단하거나, m6A 변형을 조절하는 효소에 주목하면 새로운 간암 치료 전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GAS5, miR-423-3p, SMARCA4는 간암의 조기 진단 마커나 예후 예측 인자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간세포암은 증상이 거의 없고, 조기 발견이 어려워 많은 환자가 뒤늦게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연구는 간암을 보다 일찍 발견하고,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결과는 GAS5가 암 억제자인지 암 촉진자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합적이고 이중적인 기능을 지닌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깊다. 단일 유전자가 고정된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암의 종류, 환경, 후성유전적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남석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후성유전적 조절이 암 발병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입증한 결과"라며, "GAS5가 새로운 항암표적으로서 RNA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거나 바이오마커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며, 향후 이 메커니즘이 타 암종에서도 유사하게 적용 가능한지 규명하는 후속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Impact Factor = 12.9)에 2025년 6월호에 발표됐다. "GAS5는 억제자인가, 조력자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제 단순하지 않다. GAS5의 '양면성'을 밝힌 이번 연구는 암 치료 정밀화의 새로운 퍼즐 조각을 제공하며, 간암 극복을 향한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