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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F1(포뮬러1) 더 무비'가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세계 최고의 레이싱 무대에서 펼쳐지는 속도와 전략, 팀워크를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 호평 받고 있다.
팀 스포츠라는 점에서도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경마에서는 마주와 조교사, 관리사, 기수가 함께 협력하여 말의 능력을 극대화한다. 마주는 좋은 말을 구매해 육성 전반을 책임지고, 조교사와 관리사는 그 말을 최고의 컨디션으로 훈련시키고 준비시킨다. 기수는 말에 기승해 매 경주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결국, 한 마리의 말을 두고 수많은 인력이 협력하여 경주에 임하는 구조다. F1 역시 드라이버를 비롯해 엔지니어, 피트크루가 레이스카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 올린다. 다만 F1에서는 팀당 2명의 드라이버가 출전해 팀플레이를 펼치고 최종 성적 역시 두 드라이버의 순위 합산에 따라 결정되는 것과 달리, 경마에서는 같은 마주 또는 같은 조교사의 말이 동시에 출전할 수는 있어도 공식적으로 팀플레이는 허용되지 않는다.
출발 위치 자체가 전술의 출발점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경마에서는 게이트 번호가 무작위 추첨으로 정해진다. 내측 게이트(1번 방향)는 초반 선행에 유리하지만 진로가 막힐 위험이 있고, 외측 게이트는 거리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기수는 말의 성향과 게이트 번호를 고려해 초반 작전을 세워야 하며, 어떤 게이트를 받느냐에 따라 레이스의 흐름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F1은 예선 성적에 따라 그리드(출발 순서)가 정해진다. 예선에서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한 드라이버가 가장 앞자리 폴 포지션을 차지하며, 성적 순서대로 차량이 정렬된다. 앞쪽 그리드를 차지하면 초반 충돌 위험이 적고 트랙을 주도할 수 있는 반면, 뒤쪽 그리드에서는 추월과 전략적 피트 인이 필수적이다.
날씨와 트랙 조건이 경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공통점도 있다. 경마에서는 마장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건조한 주로와 비가 온 후의 불량주로에서 말의 주행 성능은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말은 건조한 마장에서 빠르지만 습한 마장에서는 부진하고, 반대로 습한 마장을 선호하는 말도 있다. 기수는 마장 상태를 고려해 말의 걸음걸이와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 F1에서도 날씨는 경기의 게임 체인저다. 비가 오면 드라이버의 기량이 더욱 중요해진다. 젖은 트랙에서는 타이어 선택이 승패를 좌우하며,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나 타이어로 교체하는 타이밍이 전략의 핵심이 된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경마와 F1은 표면적으로는 '가장 빠른 자가 승리하는' 단순한 경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략, 팀워크, 순간의 판단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치밀한 스포츠다. 말과 자동차라는 서로 다른 파트너를 둔 두 스포츠가 이토록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