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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여름철 에어컨 소리나 옷이 피부에 닿는 감촉은 곧 익숙해져 신경 쓰지 않게 되지만, 누군가 이름을 부르거나 날카로운 물체가 피부에 닿으면 재빠르게 반응한다.
이는 감각 신경계의 '습관화'와 '민감화' 기능에 의해서 조절되는 것으로, 이런 사람의 신경계를 모사해 환경을 효율적으로 인식하고 반응하는 로봇을 개발할 수 있다.
다만 복잡한 신경계 특성을 로봇에 구현하려면 별도의 소프트웨어나 회로가 필요해 소형화에 한계가 있다.
이에 차세대 뉴로모픽(사람의 뇌 구조를 닮은 소자) 반도체인 멤리스터 소자를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멤리스터는 전류 흐름에 따라 저항 세기가 변하는 차세대 전기 소자로, 0 또는 1의 디지털 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날로그 저항값을 저장할 수 있다.
기존 멤리스터는 단순히 전도도의 변화만 가능해 뇌 신경계의 복잡한 특성을 모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하나의 멤리스터 안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전도도를 변화시키는 층을 형성해 실제 감각 신경계에서처럼 습관화와 민감화 기능을 모사할 수 있는 멤리스터 소자를 개발했다.
이 소자는 자극이 반복되면 점차 반응이 줄어들다가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다시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실제 신경계의 복잡한 시냅스 반응 패턴을 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멤리스터를 이용해 촉각과 고통을 인식하는 인공 감각 신경계를 제작, 로봇 손에 적용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반복적으로 안전한 촉각 자극을 가하자 처음에는 낯선 촉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로봇 손이 점차 자극을 무시하는 습관화 특성을 보였고, 이후 전기 충격과 함께 자극을 가했을 때는 이를 위험 신호로 인식해 다시 민감하게 반응하는 민감화 특성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 제1 저자인 박시온 KAIST 연구원은 "별도의 복잡한 소프트웨어나 프로세서 없이도 로봇이 사람처럼 효율적으로 자극에 대응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하며, 에너지 측면에서 효율적인 '신경계 모사 로봇'(neuro-inspired robot)의 개발 가능성을 검증했다"며 "소형 로봇, 군용 로봇, 의료용 로봇 등 차세대 반도체와 로보틱스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 지난 1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jyou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