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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테토력은 무슨…양산 써, 친구들아"

기사입력 2025-07-25 07:50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지난 23일 오후 남성 두 명이 양산 1개를 나눠 쓰고 있다. 2025.7.25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지난 23일 오후 시민들이 양산을 쓴 채 서울 서대문구 백양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다. 202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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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지난 23일 오후 남성 두 명이 양산을 1개씩 들고 서울 서대문구 백양로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2025.7.25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양산을 쓴 채 걸어가고 있다. 2025.7.25 ond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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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폭염에 양산, 남자에게도 '여름 필수템'으로

"양산, 반사광은 차단 못하지만 안 쓰는 것보단 나아"

극한폭우에 레인부츠 판매도 '쑥'…"꾸안꾸 아이템"

"장화 신은 날엔 종아리 근육 풀어줘 발질환 예방해야"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양산 써, 친구들아. 남자고 여자고 양산 필수야."(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gum***')

"장화 신고 출근해서 사무실용 슬리퍼 갈아신어야지" (네이버 아이디 'win***')

극한 폭염과 극한 호우가 반복되면서 양산과 레인부츠가 동시에 '핫템'(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특히 과거 여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양산이 어느새 남자들 사이에서도 점차 보편화되며 성별 구분 없는 필수품이 되고 있다.

24일 현재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6~8월 양산 검색량은 급증세를 보였다.

특정 단어의 검색 빈도를 0에서 100까지로 보여 주는 구글 트렌드 기준으로도 양산 검색 지수는 이날 기준 98까지 치솟았다. 폭우가 지나고 다시 폭염이 찾아오자 양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양산이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은 변하고 있다.

지난 22~23일 신촌 거리에서는 양산을 쓴 남성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남성 10명 중 3명꼴이었다.

평소 양산을 자주 쓴다는 황연우(26·남) 씨는 "양산 쓰면 '테토력'(남성성을 의미하는 유행어)이 떨어져 보일까 봐 혼자 걱정하긴 했다"면서도 "정작 주변에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 그냥 쓰고 다닌다"고 말했다.

또 황선우(22·남) 씨는 "새까맣게 타면 촌스러워 보인다는 여친의 말을 듣고 양산을 쓰게 됐다"며 "주변에서 남자는 양산을 쓰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여름 폭염의 강도가 세지면서 양산 없이는 바깥을 돌아다니기 힘들게 되자 한국의 양산 문화에서도 자연스럽게 '여성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여름 태양이 작열하는 지역에서는 남성들도 커다란 검정 양산을 쓰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21년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양산'의 뜻풀이 '주로, 여자들이 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우산 모양의 큰 물건'에서 '주로, 여자들이'라는 표현을 뺐다.

신촌 거리에서 만난 이호연(19·남) 씨는 "양산을 쓰면 확실히 땀이 덜 나서 계속 쓰고 다닌다"며 "남자는 양산 쓰면 안 된다는 편견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 김재근(47·남) 씨는 "옛날에 비해 남자가 양산을 쓰면 안 된다는 인식이 약해진 것 같다"며 "달라진 분위기 덕분에 이제는 눈치 보지 않고 양산을 쓰고 다닌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남녀 구분 없이 양산 쓴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엑스에는 "요즘은 남자도 양산 쓰지 않나? 외출하다 보면 자주 보이던데"('EtK***'), "이제는 그냥 성별에 상관없이 양산이 여름 필수품이 됐구나"('emo***') 등의 글이 올라왔다.

스레드 이용자 'iju***'가 올린 "양산 쓰는 남자 어때 보여?"라는 글에는 "아무 생각 없는데. 쓰고 가면 '나도 가져올걸' 이 정도"(이용자 'ddo***'), "관리하는 남자로 보여 멋있을 듯"('rla***'), "나도 남자인데 양우산 쓰고 다녀.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 아무도 없더라고"('tee***') 등의 답글이 달렸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미용과 건강을 챙기려는 남성 소비자가 늘고 있는 만큼 양산 수요 증가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산이 만능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갑석 중앙대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교수는 "양산은 자외선 직사광선만 차단할 뿐, 반사광은 차단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과대평가 된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물론 양산을 안 쓰는 것보다는 쓰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극한호우에 레인부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25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등록된 레인부츠 관련 해시태그 게시물은 15만 건에 달한다.

실제 매출 지표도 급증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지난 5월 16일부터 6월 12일까지 방수재킷, 레인부츠 등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도 6월 둘째 주 기준 레인부츠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583% 급증했다.

인기 요인으로는 예쁜데 실용적이라는 점이 꼽힌다.

대학생 문혜림(23) 씨는 "레인부츠 덕분에 양말이 젖을 걱정 없이 걸을 수 있어서 편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황보혜린(23) 씨는 "레인부츠가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또래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진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비 올 때 우산처럼 이제 레인부츠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박모(45) 씨는 "걸어서 출퇴근하는데 비 많이 오는 날에는 레인부츠 없이는 걸을 수가 없다"며 "최근 집중호우를 뚫고 걸었어야 했는데 레인부츠가 아니었다면 발이 다 젖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인부츠가 겨울부츠처럼 '뚜벅이족'의 출근 필수템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레인부츠는 방수 기능이 뛰어나 발을 빗물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다만 착용에 주의할 점도 있다.

레인부츠는 일반 신발보다 무겁고 밑창이 단단한 탓에, 발바닥이 받는 충격을 분산하기 어려워 발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로 인해 레인부츠가 족저근막염 등 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족저근막염 환자는 두 배 증가했다. 여성 환자 비율이 높았으며 매년 7~9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안재서 한의사 연구팀은 샌들, 레인부츠 등 보행 시 충격 흡수가 어려운 신발을 자주 신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송상호 웰튼병원 병원장은 "장화같이 딱딱한 신발을 신고 오래 서 있으면 발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미끄러운 빗길 위를 걸을 때는 그 부담이 가중돼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나민 강남제이에스병원 병원장은 "레인부츠는 재질이 딱딱해 발목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제한한다"며 "이로 인해 종아리 근육, 특히 장딴지 근육에 긴장이 누적되고, 그 부담이 발바닥까지 이어지면서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화를 신은 날에는 종아리 근육을 풀어 주는 스트레칭을 통해 발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haemon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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