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사가 연체채권 소멸시효를 무분별하게 연장하는 관행을 막고 채무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소상공인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당신들이 금융당국이라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집단토론을 해보라"는 당부를 들은 이후 현장 소통을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 한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7만명 증가하면서 올해 5월 기준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약 92만명으로 집계된다.
그간 개인 연체채권 관리와 관련해서 일정 기간 추심에도 회수하지 못한 채무는 면제해야 하지만, 금융사가 지급명령 제도를 통해 손쉽게 시효를 연장하는 관행 때문에 '초장기 연체자'가 양산되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소멸시효가 완성됐더라도 채무자가 일부 상환하면 시효 부활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추심하는 사례도 존재했다.
권 부위원장은 "채무자도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설계된 제도는 당초 취지와 다르게 채권자만을 보호하게 된다"며 "정부가 연체채권과 관련한 제도를 정비할 때도 채권자와 채무자의 힘의 불균형을 전제로 채무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채무조정과 채무자 재기 지원은 공공부문이 중심이 돼 왔으나 이제는 민간 금융회사도 자체적인 채무조정과 채무자 재기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채무자와 금융회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개인 연체채권 관리 관련 전문가 5명과 함께 금융감독원, 한국자산관리공사,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등 유관기관이 참석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금융사는 연체채권 매각으로 손쉽게 고객 보호책임을 면하면서 회수 가치는 극대화하고 있다"며 "반복 매각으로 점점 갚기 어려운 사람일수록 추심 강도가 강해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사가 무분별하게 소멸시효를 연장하고, 일부 대부업체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채무자의 일부 상환을 유도해 시효를 부활시키는 문제가 있다"며 "과거 개인채무자보호법 입법과정에서 제외된 소멸시효 관련 채무자 보호 제도를 재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충실히 검토하고, 소멸시효의 무분별한 연장 및 시효 부활 관행 제한 방안을 포함해 금융사의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srcha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