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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불씨에 바람 넣듯 …"휴면 암 세포, 이것 감염 땐 암 재발"

기사입력 2025-08-01 11:51


꺼진 불씨에 바람 넣듯 …"휴면 암 세포, 이것 감염 땐 암 재발"
자료사진 출처=픽사베이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암 완치 판정을 받았더라도 코로나19·독감과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암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대 안슈츠 메디컬 캠퍼스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에 발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구진은 유방암 세포가 폐로 전이돼 휴면 상태로 남아 있는 생쥐 모델을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 생쥐들에게 SARS-CoV-2(코로나19 바이러스) 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결과, 잠들어 있던 암세포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며칠 내에 빠르게 증식했고, 2주 이내에 2차 종양이 발생했다.

연구진은 암세포 재활성화의 원인으로 '인터류킨-6(IL-6)'라는 염증성 면역 단백질을 지목했다. 바이러스에 대항하려는 면역 반응의 일환으로 IL-6가 과도하게 분비되며, 이로 인해 암세포가 다시 깨어나 증식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제임스 디그레고리 박사는 "휴면 암세포는 마치 꺼진 모닥불 속의 불씨와 같고, 바이러스 감염은 이를 다시 점화시키는 강한 바람"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그는 IL-6 억제제 또는 면역치료제를 이용해 이런 재활성화를 차단할 수 있는 치료 전략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실험실 연구뿐 아니라 실제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두 개의 대규모 분석도 병행됐다.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완치 암 환자군이 감염되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직접 사망을 제외하고 계산한 수치다.


연구에 참여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의 로엘 페르뮬렌 박사는 "감염 후 첫 1년 동안 재발 위험이 특히 높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플랫아이언 헬스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280개 암 병원의 유방암 환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총 3만 6000여 명의 코로나19 미감염 환자와 532명의 감염 환자를 비교한 결과, 감염 환자는 암이 폐로 전이될 확률이 50% 가까이 높았다.

이번 연구는 특히 완치 판정을 받고 일상으로 복귀한 암 생존자들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기 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이 암 재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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