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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과 정부조직개편 등치 안 돼"…與, 하루 만에 합의 파기(종합)

기사입력 2025-09-11 13:36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회의 시작 전 전날 여야가 합의해 발표한 특검법 개정안 수정안과 관련해 "문서화된 게 아니기 때문에 파기됐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최종적으로 협의가 결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2025.9.11 hkmpooh@yna.co.kr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정청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5.9.10 xanadu@yna.co.kr
반대의견 분출에 鄭 '재협상' 지시…김병기 '합의 아닌 협의'로 해명

李대통령 "어떻게 맞바꾸나" 비판…對野 관계 초강경 기조 계속될 듯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곽민서 박재하 안정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1일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개정안을 수정하기로 국민의힘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가 당내 강경파 반발이 분출되면서 하루 만에 번복했다.

정부조직법 처리가 시급한 사안이지만 원칙의 문제인 비상계엄 사태 등에 대한 수사 문제를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특검법 개정안 수정 합의'를 없던 일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정부조직 개편과 내란 진실규명을 바꾸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 당내 강경파에 힘을 실어주면서 향후 대야(對野) 관계에서 강경론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전날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금융감독위 설치 협조를 조건으로 3대 특검 수사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김 원내대표가 수사 인력만 일부 증원하는 내용 등을 담아 특검법 개정안을 합의하자 당내에서는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른바 내란 세력으로 규정한 국민의힘과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을 두고 충분한 논의 없이 양보한 게 말이 안 된다는 논리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 글에서 "특검법 개정은 수사인력 보강, 수사 기간 연장 등으로 내란 수사와 권력형 부패 비리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굳이 합의가 필요치는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인 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 최고위원도 줄줄이 SNS를 통해 원내지도부의 합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선원 의원은 "내란 당과 3대 특검법을 합의했다니 내란 종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쩌다 이렇게 되는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이른바 내란 수사와 정부조직 개편 문제를 주고받기식으로 협상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특검 연장과 금감위법 처리는 등치 사안이 아니다"라며 "특검법 수사 기간을 일괄적으로 안 한다고 할 게 아니라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연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개별적으로 정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강성 당 지지자들은 여야 합의 내용을 강하게 비난하며 철회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지도부와 의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층 일각에서는 국민의힘과 합의한 지도부에 대한 사퇴 주장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당내 비판 속에서 정청래 대표는 원내지도부에 재협상을 지시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안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이런 방침을 전한 뒤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 중 핵심이 기간 연장이라 연장을 안 하는 쪽으로 협상된 것은 특검법의 원래 취지와 정면 배치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협상 당사자인 김병기 원내대표는 출근길에서 전날 발표한 합의 내용을 '협의안'이라고 칭하며 "(당 의원들이) 안 받아주면 협의가 최종적으로 결렬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국민의힘과 '합의'로 발표한 전날 협상을 '1차 협의'라고 표현하면서 '합의 파기'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후 국민의힘에 추가 협상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국민이힘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여당안 원안대로 처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조직법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을 어떻게 맞바꾸냐는 게 제 생각"이라면서 "저는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날 오후 본회의에 특검법 개정안은 법사위를 통과한 기존 여당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면 이른바 살라미식으로 순차 처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렇게 되면 이재명 정부의 정부조직법 처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 중 하나인 금융감독위 설치법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야당 상임위원장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친명(친이재명)계 중진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민주당의 합의 파기 선언 전에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나와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한다는 자체가 수사를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아주 임팩트 있는 집중된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게 필요하다"며 "기간 연장을 갖고 논쟁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합의 파기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말도 들린다.

김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 없이 단독으로 합의했을 개연성이 떨어지는데 뒤늦게 당 대표와 최고위원까지 '공개 반대'에 앞장섰다는 점에서다.

지도부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부 조직 개편을 위한 현실론으로 그런 합의를 한 것으로 이해는 되지만 예상보다 지지층 반대가 컸고, 결국 지금으로서는 '내란종식'이 우선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shiny@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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