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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 혈통'의 명품 사랑은 유전적 성향을 보인다. 선대인 김일성과 김정일도 스위스 명품 시계 팬으로, 특히 '오메가'를 좋아했다. 김일성은 충성심 높은 관리 등에게 자기 이름을 새긴 오메가 시계를 하사했다. 김정일은 국민이 굶어 죽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이탈리아 명품 구두와 정장, 각종 보석, 초고가 독일제 리무진 등을 사들였다. 김정은 역시 만년필, 자동차 등까지도 해외 명품 브랜드만 찾는다. 김여정은 디오르 외에 이탈리아 명품 불가리의 가방도 애용한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 역시 샤넬과 디오르의 가방, 구찌 원피스, 티파니 목걸이 등으로 치장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어린 딸 김주애 역시 디오르 외투를 입거나 구찌 선글라스를 쓴 모습이 공개된 적 있다.
역설적이다. 서방 자본주의 진영에 맞서는 주체사상이 핵심 이념인데도 대놓고 서방 명품을 향한 애정을 대를 이어 드러낸 것이다. '자본주의 문화'를 인민 정신을 더럽히는 악으로 규정하고 서구 대중문화를 접하는 것조차 금지한 행태와 배치된다. 다수 국민이 빈곤에 시달리는데 극소수 권력층만 사치를 일삼는 건 김정은이 내세운 '인민대중제일주의'가 허상임을 보여준다. 작년 정부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 일가 약 100여명이 쓰는 사치품 비용이 연간 8천3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식량난에 시달려온 북한의 곡물 부족분 구매비를 대체할 수준이라고 한다. 유엔 보고서 등 국내외 통계에 따르면 북한 인구 절반가량이 영양 부족 상태이고 1인당 연간소득은 약 160만 원 수준이다. 정상 국가라면 권력 전복 움직임이 일겠지만, 공포 정치 속에서 억압과 세뇌를 받아온 북한 국민은 그럴 엄두조차 못 낸다.
lesli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