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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들이키며 자축도…"2년간 너무 많은 죽음, 오늘만큼은 축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됐던 생존자들이 737일만에 풀려나기 시작한 13일(현지시간) 오전 이스라엘 텔아비브미술관 앞 '인질 광장'.
쌍둥이 인질 갈리와 지비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은 아옐레트(53)는 "매주 토요일 이곳을 찾았는데 모두 돌아오는 날이 오다니, 이런 행복한 기분은 처음"이라며 들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토요일 정례 집회 때마다 석방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에트 쿨람"(모두를), "아크샤브"(지금) 구호가 이날따라 더욱 크고 힘차게 울려퍼졌다.
시민들은 유대교 명절 수코트(초막절) 첫날인데도 불구하고 이른 새벽부터 광장에 운집해 흰색과 파란색의 이스라엘 국기, 노란색 리본과 풍선 등을 흔들며 자국민의 귀환과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를 표출했다.
주최측 추산 50만명이 모였다던 지난 11일 집회보다 군중 규모가 더 큰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의 시선은 인질 석방 절차를 실시간으로 전하는 중앙 무대 위 대형 스크린으로 쏠렸다.
오전 8시 넘어 하마스가 첫 인질 7명을 국제적십자사(ICRC)에 인계하고, 일부 인질이 가족과 연락됐다는 소식 등이 차례로 전해질 때마다 시민들 사이 막연했던 긴장이 안도로 덮이며 광장은 환호와 함성으로 가득찼다.
진행자는 새로운 소식 사이사이로 "땡큐, 트럼프" 구호를 선창했다.
한 시민은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헬기가 텔아비브 인질광장 상공을 지날 수 있다는 현지 매체 보도를 기자에게 보여주며 "트럼프가 여기에 들렀으면 했는데 아쉽다"고 말해다.
10시께 인질 롬 브라슬라브스키를 기다리는 모친 타미가 아들의 영상 통화를 받고 감격에 겨워 울부짖는 모습의 방송 영상이 송출되자 일순 적막이 흘렀다.
이 장면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훔치던 한 여성은 기자에게 "하마스가 아직 가자에 있는 브라슬라브스키의 전화를 직접 연결해줬다는데, 믿기지 않는 일 아닌가"라고 설명하며 "가슴이 벅차다"라고 말했다.
오전 11시가 가까워진 시각 나머지 생존 인질 13명이 무사히 인계됐다는 뉴스가 타전되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분홍색 단체 티셔츠를 맞춰입은 한 무리의 여성은 무대에서 울려퍼지는 노래를 따라 떼창하며 행복한 감정을 그대로 표현했다.
인질 얼굴 사진이 담긴 커다란 피켓을 들고 있던 미할은 "2년만에 처음으로, 진정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 같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미할은 "인질 가족들에게 마지막까지 광장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었다"며 "오늘은 정말로 기쁜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도 계속 평화를 노력하겠지만, 그보다 더 큰 차원에서 좋은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다"며 "나와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팔레스타인도 국가를 만들어 우리와 함께 공존했으면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와인병을 통째로 들고 마시며 인질 석방을 자축하던 코렌은 "즐겁고, 희망찬 시간"이라며 "이스라엘인으로서 오늘 일단은 즐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코렌은 "다만 일부 인질이 행여나 돌아오지 않을까봐 불안한 마음이 한 구석에 있다"며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 정말로 모든 일이 끝나면, 이것도 이제 필요가 없어질 테니 버려도 될 것 같다"며 손에 든 인질 갈리 베르만의 사진 피켓을 가리켰다.
연합뉴스는 광장을 찾은 석방 인질 모란 야나이와 우연히 마주쳐 대화했다. 그는 2023년 10월 7일 노바 음악 축제 현장에서 납치됐다가 50여일만에 석방된 인물이다.
하마스가 당시 학살 현장에서 아랍어가 유창한 야나이를 두 차례 풀어줬다가 세 번째만에 납치했던 일화가 유명하다.
모란은 "엊그제 피해자 가족이 자살하는 슬픈 소식도 있었다, 아픔은 여전하다"면서도 "모두가 열심히 노력했고, 결국 오늘이 와서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광장 스크린에 뜬 영상에서 인질 에비아타르 다비드의 부친 아비샤이는 아들과 짧은 통화를 마친 뒤 "어서 아들을 껴안고, 냄새를 맡고, 함께 숨쉬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d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