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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8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한은의 '잘못된 금 투기'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며 김중수 당시 한은 총재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다변화 차원에서 2011년부터 2년간 90t의 금을 사들였는데 금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약 11억2천만달러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한구 의원은 "이런 대규모 평가손실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고 호통쳤다. 김현미 의원은 김 총재를 향해 '금(金)을 사랑한 총재'라고 비꼬면서 한은이 금 가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국가적 손실을 가져왔다고 질타했다.
그런데도 금 가격이 워낙 거세게 오르자 이번엔 반대로 한은이 왜 그동안 금을 더 사지 않았냐는 목소리가 커진다. 더구나 한미 관세협상에서 3천500억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현금으로 선불 투자하라는 압력을 받는 상황이니 "그동안 한은이 금을 더 사서 외환보유액을 늘렸더라면 좋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과 함께 한은이 금 투자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월말 현재 우리 외환보유액은 4천220억2만달러다. 운용수익 등으로 인해 한 달전보다 57억3천만달러 늘었다. 하지만 한은이 매월 말 기준으로 발표하는 외환보유액은 사실 알고보면 정확한 숫자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외환보유액을 구성하는 몇 가지 항목 중 금 보유액은 금 시세를 반영한 시가 평가액이 아니라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기하고 합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은이 발표하는 외화보유액 중 금 보유액은 47억9천만달러로 매월 변함이 없다. 중국, 독일 등은 금 보유액을 시가로 평가해 외환보유액에 반영하지만 일본, 대만, 사우디, 한국 등은 매입가로 반영한다.
한은 지적대로 금은 가격 등락이 심한 자산이고 특히나 최근 금값은 비정상적이라 할 정도로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이 그동안 금을 꾸준히 매입해 보유량을 늘렸더라면 상당한 투자수익이 발생했을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투자자금이 외환보유액이라는 점을 한 번 더 생각한다면 자산 가격의 등락에 일희일비하며 지적과 비난을 일삼을 일은 아닐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국가 긴급 상황 때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보유하는 대외 지급준비자산이다. 외환시장의 안정은 물론 국가신인도와도 직결돼 있으니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운용해 국민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28년전 외환위기 때 뼈아픈 경험을 통해 체험한 바 있다. 외환보유액을 무조건 늘리기만 하는게 좋은 것인지 그 적정 규모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투자자산의 시세 급등락을 경계하고 조심해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어떤 자산에 투자해 어떻게 운용하건 그런 외환보유액의 본질과 목적에 부합하는 운용전략을 유지하길 바란다.
hoonkim@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