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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드 수트, 인공향수 넘버5, 첫 숄더백 세계적 히트
김건희 "샤넬백 2개 수수는 사실"…명품 욕구 오명 덧칠
코코가 만든 옷은 파리의 귀부인들 사이에서 '혁명'이라 불렸다. 코르셋으로 몸을 조여야 했던 시대에, 스코틀랜드산 양모로 만든 트위드 수트를 내놓아 여성들에게 '움직일 자유'를 준 것이다.
1921년에 출시한 향수 '샤넬 넘버 5(Chanel No.5)'는 샤넬을 세계적 브랜드로 끌어올린 메가히트 제품이었다. 코코는 처음으로 인공 항료를 사용해 향의 지속력을 높였고, 여기에 행운의 숫자로 여긴 '5(파이브)'를 붙였다. 이 향수는 미국의 여배우 메릴린 먼로가 "잘 때 입는 유일한 옷"이라 극찬하면서 여성들의 필수 애용품이 됐다.
1955년 코코는 핸드백에 체인을 단 숄더백 '2.55'를 선보이며 또 하나의 새 역사를 썼다. 손에 들고 다니는 클러치 대신 어깨에 걸 수 있는 이 가방은 여성의 두 손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샤넬은 단순 명품 브랜드이기 전에 여성의 해방과 자유, 혁신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샤넬은 1971년 코코가 세상을 뜨자 침체기를 겪다 사치품으로 이미지가 바뀌게 된다. 1983년 클로에(Chloe)와 펜디(Fendi)에서 이름을 날린 카를 라거펠트(독일)를 제작 책임자로 영입한 게 격변의 계기였다. 라거펠트는 'CC' 로고를 더 크게 만들고 생산량을 제한하며 가격을 해마다 올렸다. 이런 희소성 전략으로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통용되더니 샤넬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조어까지 생겨났다.
김건희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를 통해 통일교로부터 샤넬 가방 2개를 받은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한다.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받은 적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다가 반년 만에 말을 바꿔 자백한 것이다.
한 세기 전, 보육원 출신 여성이 만든 '자유의 상징'이 이제는 거대 자본과 권력의 손에서 '탐욕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소박한 모자 가게에서 여성의 해방을 꿈꿨던 지하의 코코가 지금의 현실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jahn@yna.co.kr
<연합뉴스>





